◀ 앵커 ▶
이명박 정권 당시 언론 장악을 시도한 국정원이 MBC 피디와 기자들을 사찰해 만든 보고서 원본을 MBC가 입수했습니다.
국정원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며 인사조치와 함께 프로그램 개편을 요구하고 실행이 늦어지면 경영진을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서혜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010년 8월 13일 국정원 보고섭니다.
김재철 전 MBC 사장 취임 5개월.
MBC 고위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이 오찬에서 한 노골적인 언사가 상세히 써 있습니다.
"그동안 노조 불법파업 대응에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 '문제 프로그램'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각종 채널을 통해 파악한 청와대 쪽의 의중"을 언급합니다.
특히 'PD수첩'에 대해선 "당장 없애버리고 싶다"며, "여권 핵심부의 '좋지 않은 감정'이 상상을 초월해 최우선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MBC 개혁이 주춤하고 있다는 국정원 수뇌부의 우려에 각별히 분발하고 있다"는 다짐까지 덧붙입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압박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합니다.
프로그램 폐지와 제작진 퇴출을 논의한 문건들에는 배포선이 대통령실장과 민정 수석, 홍보 수석, 정무 수석으로 명시돼있습니다.
[김남주 변호사/'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점이 나오거든요. 국정원의 독자적인 판단, 기획이 아니고 정권 차원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그런 노력, 그런 행동이 있었고 그 증거가 이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실행 계획들은 구체적입니다.
문제인물 퇴출과 악성 프로그램 폐지를 유도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동원됐습니다.
실행이 더디자 질책이 이어집니다.
국정원은 경영진의 동향을 파악해 기회주의적 행태라 비판하고, "MBC 내 '종북좌파의 해방구'인 'PD수첩'팀 인사 조치 등 와해 작업 실적이 극히 미미"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3월까지, 8개월에 걸쳐 이뤄진 집요한 탄압.
결국 2011년 3월 최승호 전 PD 등 'PD수첩' 제작진 6명이 인사조치됐고, 라디오에서도 김미화, 김종배 씨 등이 줄줄이 하차했습니다.
이번 문건은 최승호 전 'PD수첩' PD가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았습니다.
[최승호/전 'PD수첩' PD]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물론 있었지만, 아마 이런 문서들이 충분히 검토가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됩니다. 언론을 이렇게 탄압하고도 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잘못입니다."
MBC뉴스 서혜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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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서혜연
이명박 국정원의 MBC 사찰‥"종북좌파 해방구 와해 미미"
이명박 국정원의 MBC 사찰‥"종북좌파 해방구 와해 미미"
입력
2021-11-1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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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11-1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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