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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바꾸고 싶다"고 했지만‥함께 살 수밖에

"부모 바꾸고 싶다"고 했지만‥함께 살 수밖에
입력 2021-12-07 07:20 | 수정 2021-12-0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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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 5월 의붓아버지가 딸과 그 친구까지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피해 여중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전해드렸었죠.

    그런데 성폭력을 당했다고 2번이나 말했던 딸은, 나중엔 "꿈을 꾼 것 같다"고 번복했는데요.

    알고 보니, 수사 내내 의붓아버지와 한집에서 함께 살아야 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아름이는 친엄마, 의붓아빠 원 씨와 두 살 때부터 함께 살았습니다.

    화물차 운전사인 원 씨는 폭력 전과 3범이었습니다.

    아름이는 경찰조사에서 "의붓아빠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발로 차거나 효자손으로 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폭력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아름이는 "의붓아빠가 몸을 만져서 무서웠다", "밤에 의붓아빠가 화장실 가는 소리가 나면, 무서워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잤다"고도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에서 말했습니다.

    작년 12월엔 자신도 의붓아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친엄마는 "돈을 벌러 간다"며 평소 거의 집을 비웠다고 합니다.

    미소가 놀러 왔던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름이(가명) 친엄마]
    "그때는 없었고 저희 딸 개학하기 전에는 왔어요. 저희 딸하고 매일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몇 번씩 통화도 하고… 그건 저는 방치라고 생각 안 해요."

    아름이와 미소를 성폭행한 혐의로 의붓아빠 원 씨가 수사를 받게 된 뒤에도 아름이는 버젓이 원 씨와 한집에서 지냈습니다.

    심지어 원 씨 변호인은 사건 변호에 필요하다며, 성폭행한 장소로 지목된 방 사진을 여러 각도로 촬영하라고 아름이에게 시켰습니다.

    아름이가 지난 4월 해바라기센터에서 성폭력 피해를 다시 한 번 말했을 때도 의붓아빠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집에서 나오겠냐"고 물었을 때 아름이의 대답은 "아빠와 있는 게 편하다" 였습니다.

    [청주시청 관계자]
    "전화하고 문자를 계속 주고받고 했었는데,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거부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요."

    [김석민 법무사/피해자 측 법률지원]
    "아름이는 의붓아빠에게 메시지를 검사당하고 누구를 만났는지 이런 것을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현행법은 학대 피해아동을 학대자와 격리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아동 의사를 존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동의 정서적인 충격을 막기 위한 조항이지만, 아름이에겐 오히려 족쇄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석민 법무사/피해자 측 법률지원]
    "분리한 다음에 이 아이의 합리적 의사를 물어봐야지, 친족 성폭행에서 이 피해자 아이가 가해자와 동거하는데, 합리적 의사가 존재할 수 있겠냐…"

    아름이는 미소를 만나 함께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 한 친구에게 "부모를 바꾸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미소를 만나러 나간 그날까지도 "바꾸고 싶었던" 의붓아빠와 한 집에서 함께 지내야 했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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