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피해자들 곁에 한 길‥이금주 할머니 별세

◀ 앵커 ▶

이금주 태평양전쟁 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이 별세했습니다.

본인 역시 전쟁의 피해자면서도, 30년 넘게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힘썼습니다.

송정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30여 년 넘게 일제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애썼던 이금주 할머니가 향년 10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이금주 할머니는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결혼한 지 2년 만에 남편이 일본 해군으로 끌려갔고, 그 후로 3년 뒤 남편의 전사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정부나 정치권 누구도 일제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1988년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를 발족한 이 할머니는 1천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한 광주천인 소송과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30년 넘게 투쟁을 이어왔습니다.

[이금주 회장 / 1992년 천인소송 당시 모습]
"강제징용으로 끌려가서 굶주림과 구타와 학대 속에서 굴욕감에 치를 떨어야 했던 수많은 피해자 여러분, 왜 우리는 그 상처에 치유도 받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괴로워하고 있는 것입니까?"

일본을 80번 넘게 오가며 진행한 소송 7건과 관련해 기각당한 것만 17차례에 이르지만 계속된 노력끝에 지난 2018년 한국법원은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은 배상은커녕 사죄의 말 한마디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이 할머니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MBC뉴스 송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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