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고 전두환 씨 측이 과거 최고급 나전칠기 가구 여러 개를 장인들의 물건만 거래되는 시장에 내놨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됐습니다.
해당 가구들은 값을 따지기 힘든 명품이라고 합니다.
임상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수소문끝에 고 김태희 선생의 나전칠기 가구가 있다는 전시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화려한 나전칠기 자개 장롱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학, 거북이 같은 십장생이 촘촘히 새겨졌습니다.
나전칠기로 십장생을 그린 이 장롱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였던 나전칠기장 고 김태희 선생이 지난 1984년 만든 작품입니다.
[배명주/'한국칠기' 대표]
"그렇게 정교하게 하시는 분들이 (국내에) 몇 사람 안 되는 줄 압니다. (부르는 게 값이겠어요.) 네, 김태희 선생님은 그랬습니다."
이 장롱은 지난 1985년 12월, 서울 종로에서 열린 고 김태희 선생의 첫 개인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당시 일간지는 "시가 3억원의 장롱이 가장 눈길을 모은다"며 "이미 중동의 부호와 상담이 오가고 있는 이 장롱은 '전통'을 바탕으로 한 현대 나전칠기 공예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강남 아파트 세채 값이었습니다.
전시장에는 장롱 뿐 아니라, 화장대와 문갑 2개, 탁자 2개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모두 김 선생의 작품과 일치합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가구들은 모두 고 전두환 씨의 연희동 자택 응접실에 30년 정도 있었던 물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전두환 씨측이 3~4년 전쯤 이 가구들을 중고시장에 매물로 내놨고, 비교적 싼 가격인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에 팔려고 했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 전두환 씨측이 구입한 것은 아니고, 본래 한 대기업이 일해재단에 선물했는데, 1987년 재단을 통해 연희동 자택으로 넘겨진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습니다.
일해재단은 고 전두환 씨가 자신의 호를 따서 1984년 만든 장학재단으로, 대통령 임기 중 대기업들로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6백억 원을 걷은 곳입니다.
고가구 시장에선 "실제 한 기업인이 구입하려다가, 고 전두환 씨 집에 있던 물건이란 걸 뒤늦게 알고 구매를 취소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MBC 자료영상을 확인해 봤습니다.
2007년 1월, 고 전두환 씨가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에 자개 가구가 눈에 띕니다.
업계 관계자는 "영상속 가구는 매물로 나와있진 않지만, 장롱과 마찬가지로 고 김태희 선생의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고 전두환 씨측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민정기 전 비서관에게 연락해 봤습니다.
"어떻게 취득했는지, 지금 매물로 내놨는지는 알지 못하고, 사적인 일이라 가족들에게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은 전 씨는, 당시 313억 원만 낸 뒤 "전재산이 29만 원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끝내 추징금 956억 원과 지방세 10억 원 가까이를 내지 않고 지난달 사망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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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재
임상재
문화재급 '나전칠기'‥전두환 측이 매물로 내놨나
문화재급 '나전칠기'‥전두환 측이 매물로 내놨나
입력
2021-12-1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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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12-17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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