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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만 2천 볼트 고압전류에 타버렸다‥38살 예비신랑 김다운 씨의 비극

[단독] 2만 2천 볼트 고압전류에 타버렸다‥38살 예비신랑 김다운 씨의 비극
입력 2022-01-03 20:04 | 수정 2022-01-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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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대체 언제쯤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뉴스에서 사라질까요?

    2022년의 첫 출근 날, 어느 노동자의 쓸쓸하고 참혹한 죽음을 보도하게 됐습니다.

    한국전력의 하청업체 노동자 38살 김다운 씨가 2만 2천 볼트 특고압 전류에 감전된 뒤 한동안 전봇대에 매달려 있다, 치료 끝에 숨졌습니다.

    올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던 그는 혼자서 전봇대에 올라갔다 변을 당했고, 까맣게 타 버린 채 가족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먼저 고재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전봇대 위에 매달려 있는 건 사람입니다.

    허리에 찬 안전 고리가 전봇대에 연결돼 허공에 걸려있습니다.

    지난 11월 5일.

    한전의 하청업체 노동자 38살 김다운 씨는 인근 신축 오피스텔에 전기를 연결하려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김 씨가 작업했던 전봇대입니다.

    김 씨는 혼자 10미터 넘게 올라가 작업하다 감전됐습니다.

    2만 2천9백 볼트 고압 전류에 닿으면서 큰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습니다.

    [목격 주민]
    "뭐가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뭐가 밑에 떨어지는 거예요. 안전모가 떨어지면서, 위쪽을 딱 봤는데 머리에 불이 붙었더라고요."

    인근 주민과 동료들이 신고해 119구급대원이 곧바로 출동했지만, 김 씨는 전봇대에 그대로 30분이나 거꾸로 매달려 있어야 했습니다.

    [목격 주민]
    "근방에 전기를 다 끊고, 한전 관계자들이 끄집어 내리더라고."

    가족들이 마주한 김 씨 얼굴은 붕대로 완전히 감겨 있었습니다.

    맥박과 호흡은 살아 있었지만, 머리부터 상반신까지 몸 전체의 40%가 3도 이상의 심한 화상을 입어 신원 확인조차 어려웠습니다.

    병원에 실려온 30대 김다운 씨는 '60대 남성'으로 돼 있었습니다.

    [유가족(매형)]
    "응급실 갔는데도 화상 정도가 너무 심해서 '60대 추정으로 남자 한 명이 있는데,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냐'고 해서 찾았으니까…"

    화상 입은 피부를 다 긁어내 수술하느라 수혈할 혈액이 모자랐고, 가족과 지인들은 SNS에 지정 헌혈을 애타게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신장 투석을 하며 버티던 김 씨는 패혈증 쇼크로 사고 19일 만인 지난해 11월 2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38번째 생일 바로 다음날이었고, 올봄 결혼을 앞두고 바로 전 주엔 상견례도 예정돼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사랑한다'는 메시지와 "일 끝나고 얼른 집에 가겠다"는 통화가 예비신부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아버지가 1년 전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누나 한 명이 있는 외아들이었던 김 씨.

    [故 김다운 씨 어머니(지난해 11월)]
    "우리 아들… 아들아 아이고 어떡하니…"

    [유가족(매형)]
    "속 깊은 친구였거든요. 어려운 일 많이 겪었는데, 항상 밝게 이겨내 보자.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 앞두고 행복하고… (그런) 앞날을 꿈꾸고 있었는데…"

    MBC 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 영상편집: 김정은

    ◀ 앵커 ▶

    다운 씨는 전봇대에 오르기 전 싸늘한 시멘트 기둥과 공포스럽게 얽혀있는 전선을 휴대전화로 찍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두고 회사는 "너무 간단한 작업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서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다운 씨를 혼자서 전봇대에 오르게 한 건지, 회사는 단 하나의 안전수칙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임명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고 김다운 씨는 전봇대에 오르면서 안전모를 쓰고, 추락 방지용 안전줄을 허리에 차고 있었습니다.

    이 안전줄 때문에 다운 씨는, 2만 2천 볼트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신주에, 정신을 잃은 채 매달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조작업은 더뎠습니다.

    [목격자]
    "(구조대가) 왔는데 고압 전류가 흐르니까 아예 손을 못 대더라고요."

    한전 직원들이 전기를 끊고 나서야 구조가 시작됐고, 김 씨는 닥터헬기를 타고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옮겨졌지만 사고 난 지 1시간 반이 지난 뒤였습니다.

    [하청업체 관계자(지난해 11월 사고 당일)]
    "현장에서 (구조대가) 긴급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게, 다운이가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올라갈 수 있는 장비가 없으니까…"

    추락방지용 안전줄을 차고 있어 곧바로 땅에 떨어지지는 않았던 다운 씨.

    그렇다면 현장 안전규정은 모두 지켜진 걸까?

    전혀 아니었습니다.

    한국전력의 안전규정에는, 고층 전기작업 현장에서는 추락방지용 안전줄이 아니라, '활선차'를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봇대처럼 높은 곳에서 전기공사를 할 때 쓰이는 '활선차'는, 바구니 모양 작업대에 작업자를 태우고 거리를 유지하며 작업하는 장비입니다.

    작업자가 전봇대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차체에는 전기도 통하지 않아 안전합니다.

    [석원희/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
    "고소절연작업차(활선차)는 대지와 고압선 간의 차단을 해 주는 그런 '절연붐'이라는 게 있습니다. 절연붐 때문에 고소절연작업차를 타고 있는 작업자가 고압선을 장갑만 끼고 만져도 전기가 통하지는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다운 씨는 그날, 활선차가 아닌 보통 소형트럭을 타고 출동했습니다.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하라'는 한전 지침도 지켜지지 않아 현장에 동료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다운 씨 손에는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일반 면장갑이 씌워진 상태였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하청업체에는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책임을, 원청인 한전에는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산업안전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

    MBC뉴스 임명찬입니다.

    영상편집: 류다예

    ◀ 앵커 ▶

    위험의 외주화가 또다시 죽음의 외주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본청인 한전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별로 남는 게 없는 13만 5천 원짜리 단순 공사였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이었다"면서 숨진 김 씨의 탓처럼 말합니다.

    유족이 김다운 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고 허락하면서 MBC에 도움을 청한 건, 이 안타까운 죽음이 결코 망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절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김건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고 김다운 씨는 지난해 1월 한국전력의 하청업체에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열 달 만에 전신주에 매달려 작업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유족]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고, 제일 만만한 처남(고 김다운 씨)을 혼자 그냥 단독으로 보내게 된 거죠."

    하청업체가 작성한 산업재해 신청서.

    사고가 난 경위에 대해 "재해자의 손과 휴즈 충전부분이 접촉되어 상반신 쪽이 감전되었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정지영/변호사]
    "(사건 경위에) 회사의 과실이 전혀 나타나질 않아요. 근로자 과실로 재해가 발생한 것처럼 보입니다. 보통 산업재해의 경우 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어떤 근무 환경적인 요소가 항상 있어요."

    활선차나 절연장갑 같은 안전장비, 2인 1조로 일하라는 지침이 모두 무시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하청업체에 전신주 작업을 맡긴 한국전력은 사고 16일이 지나서야 유족들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전 여주지사 직원(11월 21일 녹취)]
    "그런 통제를 시공관리 책임자가 하게끔… 저희는 OO(하청업체)에 지시를 했는데 저희 모르게, 저희한테 사전 승인 없이 하신 거예요."

    하청업체가 한전의 안전지침을 지키는지 확인하고 관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전은 "하청업체가 현장 여건상 활선차 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한다고"만 밝혀왔습니다.

    하청업체에게 '왜 한전 지침을 지키지 않았는지' 묻자, 공사가 얼마짜리인지를 말합니다.

    [하청업체 관계자]
    "13만 5천 원짜리라서 단순 공사라, 꼭 2인 1조로 해야 되는 게 아니고… (활선차 아닌) 1톤 트럭이 가도 아무런 문제 없다는 게 우리 지침에 있습니다."

    사고가 좀처럼 나지 않는 간단한 작업이라며 숨진 다운 씨를 탓하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막대기(절연봉)로 작업을 해야 되는데, (안 되면, 작업자가) 현장 소장한테 보고를 하고 재작업 지시를 받아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작업자가) 업무를 잘 처리하고자 하는 그런 의욕이 앞선 것 같아요."

    노동부는 하청업체에게 과태료 1천4백만 원를 물리고, 지난달 29일까지 한 달간 작업중지를 명령했고, 문제의 업체는 최근 전기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김우람 /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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