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대체 언제쯤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뉴스에서 사라질까요?
2022년의 첫 출근 날, 어느 노동자의 쓸쓸하고 참혹한 죽음을 보도하게 됐습니다.
한국전력의 하청업체 노동자 38살 김다운 씨가 2만 2천 볼트 특고압 전류에 감전된 뒤 한동안 전봇대에 매달려 있다, 치료 끝에 숨졌습니다.
올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던 그는 혼자서 전봇대에 올라갔다 변을 당했고, 까맣게 타 버린 채 가족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먼저 고재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전봇대 위에 매달려 있는 건 사람입니다.
허리에 찬 안전 고리가 전봇대에 연결돼 허공에 걸려있습니다.
지난 11월 5일.
한전의 하청업체 노동자 38살 김다운 씨는 인근 신축 오피스텔에 전기를 연결하려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김 씨가 작업했던 전봇대입니다.
김 씨는 혼자 10미터 넘게 올라가 작업하다 감전됐습니다.
2만 2천9백 볼트 고압 전류에 닿으면서 큰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습니다.
[목격 주민]
"뭐가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뭐가 밑에 떨어지는 거예요. 안전모가 떨어지면서, 위쪽을 딱 봤는데 머리에 불이 붙었더라고요."
인근 주민과 동료들이 신고해 119구급대원이 곧바로 출동했지만, 김 씨는 전봇대에 그대로 30분이나 거꾸로 매달려 있어야 했습니다.
[목격 주민]
"근방에 전기를 다 끊고, 한전 관계자들이 끄집어 내리더라고."
가족들이 마주한 김 씨 얼굴은 붕대로 완전히 감겨 있었습니다.
맥박과 호흡은 살아 있었지만, 머리부터 상반신까지 몸 전체의 40%가 3도 이상의 심한 화상을 입어 신원 확인조차 어려웠습니다.
병원에 실려온 30대 김다운 씨는 '60대 남성'으로 돼 있었습니다.
[유가족(매형)]
"응급실 갔는데도 화상 정도가 너무 심해서 '60대 추정으로 남자 한 명이 있는데,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냐'고 해서 찾았으니까…"
화상 입은 피부를 다 긁어내 수술하느라 수혈할 혈액이 모자랐고, 가족과 지인들은 SNS에 지정 헌혈을 애타게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신장 투석을 하며 버티던 김 씨는 패혈증 쇼크로 사고 19일 만인 지난해 11월 2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38번째 생일 바로 다음날이었고, 올봄 결혼을 앞두고 바로 전 주엔 상견례도 예정돼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사랑한다'는 메시지와 "일 끝나고 얼른 집에 가겠다"는 통화가 예비신부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아버지가 1년 전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누나 한 명이 있는 외아들이었던 김 씨.
[故 김다운 씨 어머니(지난해 11월)]
"우리 아들… 아들아 아이고 어떡하니…"
[유가족(매형)]
"속 깊은 친구였거든요. 어려운 일 많이 겪었는데, 항상 밝게 이겨내 보자.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 앞두고 행복하고… (그런) 앞날을 꿈꾸고 있었는데…"
MBC 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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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고재민
[단독] 2만 2천 볼트 고압전류에 타버렸다‥38살 예비신랑 김다운씨의 비극
[단독] 2만 2천 볼트 고압전류에 타버렸다‥38살 예비신랑 김다운씨의 비극
입력
2022-01-03 21:02
|
수정 2022-01-0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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