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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면장갑 끼고 혼자 올라가‥안전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단독] 면장갑 끼고 혼자 올라가‥안전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입력 2022-01-03 21:05 | 수정 2022-01-0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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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다운 씨는 전봇대에 오르기 전 싸늘한 시멘트 기둥과 공포스럽게 얽혀있는 전선을 휴대전화로 찍었습니다.

    그의 죽음을 두고 회사는 "너무 간단한 작업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서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다운 씨를 혼자서 전봇대에 오르게 한 건지, 회사는 단 하나의 안전수칙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임명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고 김다운 씨는 전봇대에 오르면서 안전모를 쓰고, 추락 방지용 안전줄을 허리에 차고 있었습니다.

    이 안전줄 때문에 다운 씨는, 2만 2천 볼트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신주에, 정신을 잃은 채 매달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조작업은 더뎠습니다.

    [목격자]
    "(구조대가) 왔는데 고압 전류가 흐르니까 아예 손을 못 대더라고요."

    한전 직원들이 전기를 끊고 나서야 구조가 시작됐고, 김 씨는 닥터헬기를 타고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옮겨졌지만 사고 난 지 1시간 반이 지난 뒤였습니다.

    [하청업체 관계자(지난해 11월 사고 당일)]
    "현장에서 (구조대가) 긴급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게, 다운이가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올라갈 수 있는 장비가 없으니까…"

    추락방지용 안전줄을 차고 있어 곧바로 땅에 떨어지지는 않았던 다운 씨.

    그렇다면 현장 안전규정은 모두 지켜진 걸까?

    전혀 아니었습니다.

    한국전력의 안전규정에는, 고층 전기작업 현장에서는 추락방지용 안전줄이 아니라, '활선차'를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봇대처럼 높은 곳에서 전기공사를 할 때 쓰이는 '활선차'는, 바구니 모양 작업대에 작업자를 태우고 거리를 유지하며 작업하는 장비입니다.

    작업자가 전봇대에 매달릴 필요도 없고 차체에는 전기도 통하지 않아 안전합니다.

    [석원희/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
    "고소절연작업차(활선차)는 대지와 고압선 간의 차단을 해 주는 그런 '절연붐'이라는 게 있습니다. 절연붐 때문에 고소절연작업차를 타고 있는 작업자가 고압선을 장갑만 끼고 만져도 전기가 통하지는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다운 씨는 그날, 활선차가 아닌 보통 소형트럭을 타고 출동했습니다.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하라'는 한전 지침도 지켜지지 않아 현장에 동료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다운 씨 손에는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일반 면장갑이 씌워진 상태였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하청업체에는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책임을, 원청인 한전에는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산업안전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

    MBC뉴스 임명찬입니다.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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