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 식탁을 바꿔 놓을 첨단 식품 기술.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고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엄청나게 비쌌지만 이제는 진짜 고기보다 쌉니다.
3D 프린터로 꽃등심 스테이크도 만들고 인공 생선 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첨단 식품 기술이 발달하는 건 그만큼 기후 위기가 심각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임경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배양 접시에 담긴 작은 조각들.
붉은 건 소고기, 노란 건 닭고기입니다.
국내 벤처기업이 100억 원을 투자받아 실험실에서 만든 세포 배양육입니다.
배양육은 가축에서 세포를 추출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키워냅니다.
식물성 대체육은 콩으로 만들지만, 이건 진짜 소의 근육세포로 만듭니다.
그래서 냄새, 맛, 식감도 진짜 고기와 훨씬 더 비슷합니다.
[김기우/다나그린 대표]
"무균 환경에서 무항생제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믿고 드셔도 됩니다. 가까운 미래에 아마도 일반 고기 먹듯이 배양육 먹는 것도 자연스러운 시대가 올 것이다."
세포 배양육은 2013년 처음 개발됐습니다.
소를 키울 넓은 목초지도 필요 없고, 도축도 필요 없습니다.
원하는 부위만 골라 만들 수 있고, 더 위생적입니다.
심지어 값도 더 싸지고 있습니다.
2013년 처음 나왔을 때는 100그램에 3억 2천만 원이나 했지만, 지난해에는 2천 원이 됐습니다.
8년 뒤인 2030년에는 7백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짜 고기보다 싸지는 겁니다.
작년에는 이스라엘 기업이 꽃등심 스테이크까지 선보였습니다.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근섬유와 지방을 잉크처럼 뿌려 만들었습니다.
[디디에 투비아/알레프팜 대표]
"우리는 동물을 해치지 않고 자연 세포로 키워낸 첫번째 소고기 스테이크 조각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미생물로도 고기를 만듭니다.
한 미국 기업은 미생물에서 뽑아낸 단백질로 치즈와 고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영국에서 버섯곰팡이 단백질로 만든 닭고기 너깃을 들여와 팔았는데, 20만 개가 다 나갔습니다.
[임경록/신세계푸드 IMC 팀장]
"(준비 물량이)한 달 만에 완판됐습니다. 가능성을 확인했고, 지난해 7월 자체 개발한 대체육을 활용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생선도 인공적으로 만듭니다.
방어와 비슷하게 생긴 부시리에서 줄기세포를 뽑아 인공 생선살을 만드는 미국 업체.
풀무원은 이 업체에 투자하고, 국내 판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공 커피도 등장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커피나무 잎에서 뽑아낸 세포를 배양해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아예 화학물질로 커피를 똑같이 흉내 낸 '분자 커피'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같은 버려지는 음식에서 커피 특유의 향을 내는 40여 가지 화합물을 뽑아 만들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기업들이 앞다퉈 첨단식품기술에 투자하는 건,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소 키우는 것도 그렇지만, 커피가 내뿜는 온실가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커피를 키워 우리 손에 아메리카노 한 잔이 오기까지, 온실가스 280그램이 배출됩니다.
게다가 지난해 브라질에 역대급 가뭄과 한파가 닥치면서, 원두 가격이 두 배로 폭등했습니다.
차라리 실험실 커피가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기원/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
"가야만 되는 이유죠 이거는. 기후변화라든지 환경 이슈는요 삶에 있어서 굉장히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대체식품 쪽은 해야만 하고."
인류의 식탁을 수천 년 지탱해온 농업과 축산업.
기후위기와 첨단기술이 우리 식탁을 근본부터 바꿔놓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경아입니다.
영상 취재: 남현택 / 영상 편집: 이지영 / 자료 출처: 유튜브(Aleph Farm, Nature's Fynd, VTT, Atomo, Mosa Meat), BlueNalu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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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임경아
3D 프린터로 꽃등심‥실험실에서 생선살·커피도
3D 프린터로 꽃등심‥실험실에서 생선살·커피도
입력
2022-01-06 20:26
|
수정 2022-01-0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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