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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유족 "강제동원 뺀 유네스코 등재는 거짓"

사도광산 유족 "강제동원 뺀 유네스코 등재는 거짓"
입력 2022-01-06 20:37 | 수정 2022-01-0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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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일본이 군함도에 이어서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죠.

    당시 사도 광산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조선인 광부의 유가족들을 저희 취재팀이 만났는데요.

    일본이 강제동원 사실을 숨긴 채 등재하는 건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서, 반대 운동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도쿄에서 고현승 특파원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일제의 국민징용령 이듬해인 1940년,

    충남 논산에 살던 21살 임태호 씨는 니가타현 사도 광산으로 동원돼 가혹한 채굴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임간란/故 임태호 씨 장녀]
    "쉬는 날이 없어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한국 사람은 다 (갱도) 안쪽에서 일했고, 일본 사람은 입구 쪽에서 (일했습니다.)"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하루하루가 공포였다. 오늘은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임 씨는 생전에 절절한 구술 증언을 남겼습니다.

    [임간란/故 임태호 씨 장녀]
    "아버지가 곧잘 우셨습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면서 언제까지 계속될까.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걸까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조선인 기숙사 사감의 증언을 보면,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자포자기 상태였으며, 탈출이 반복됐고 그때마다 경찰에게 구타당하거나 발로 차이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3년 반을 버틴 임씨에게 날아온 건 일본군 소집 영장,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광산을 탈출했습니다.

    도쿄 인근에 정착했지만 살길이 막막했고, 과일 장사, 막걸리 행상, 고물상 닥치는 대로 일하며 살아남았습니다.

    [임간란/故 임태호 씨 장녀]
    "가와사키에 왔는데 집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마구간이었어요. 거기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광산 먼지가 쌓여 폐가 굳어지는 진폐증은 평생 그를 괴롭혔고, 78세를 일기로 지난 1997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인의 고통을 생생히 기억하는 유족들에게 세계유산으로 신청한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임경숙/故 임태호 씨 삼녀]
    "절대 반대입니다. 서명운동을 하면 거기에 10개 정도 자기 이름을 쓰고 싶을 정도입니다."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고 사도 광산의 진상을 밝히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유족들은 강조했습니다.

    [임간란/故 임태호 씨 장녀]
    "(강제노동 사실을) 제대로 설명해서 등록을 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것만 늘어놓아 봤자 거짓말이 되니까요."

    사도 광산 광부였던 고 임태호 씨는 20여 년 전 이곳 가와사키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인이 기대했던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일본은 강제동원 강제노동 사실은 쏙 빼놓은 채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와사키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이장식 김진호(도쿄) / 영상편집: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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