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2만 2천 볼트 특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 혼자 올랐다 숨진 한전 하청업체 직원 고 김다운 씨.
MBC 취재 결과, 김 씨가 맨몸으로 혼자 전봇대에 올라 작업을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던 사실이 그가 남긴 사진들로 확인됐습니다.
임명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고 김다운 씨와 여자친구의 SNS 대화방.
다운 씨가, 줄에 매달린 채 전봇대를 딛고 있는 발 사진을 보내자, 여자친구가 무서워 보인다고 답합니다.
작업도중 촬영한 사진 대부분은, 다운 씨 혼자 전봇대에 매달린 사진입니다.
'2인 1조로 작업한다'는 규정이 평소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유족]
"혼자서 작업을 올라가서 전봇대를 타고… 생전에 다운이가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했고, 이러다가 큰일 날 것 같다는 얘기했었죠."
한전의 안전규정에는 감전을 막아주는 '활선차'를 쓰게 돼 있지만, 활선차를 탄 사진은 단 1장 남아있었습니다.
"활선차가 모두 사용 중이라 현장에 보낼 차량이 없었다"
다운 씨가 숨진 그날도 활선차는 배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전은 "활선차 작업이 원칙"이라며 자신들은 안전규정을 제대로 만들었는데, 하청업체가 어겼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자신들은 작업을 관리하지 않는 '발주처'이기 때문에, 위험을 외주화한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관계자]
"한전의 업무 영역이 없는 것을 업무를 준 거기 때문에 한전은 '발주'거든요. <그건 '외주'는 아니라는 말씀이신 거예요?> 그건 '외주'가 아니죠."
현행법상 작업을 맡기고 끝날 때까지 전혀 관여하지 않는 '발주처'라면, 노동자 사망 사고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반면, 하청에 일을 맡긴 뒤 직접 관리하는 '원청업체'는, 최대 징역 7년이나 1억 원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자신들이 '원청'이 아닌 '발주처'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5월, 강원도 인제에서 30대 하청 노동자가 전봇대에서 떨어져 숨졌을 때도 한전은 같은 논리로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고용노동부는 한전이 통상적인 '원청' 성격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한전을 도급인으로 보는 거고, (한전이) 총괄 관리하고 주도한 거, 그래서 그런 부분을 지금 수사하고 있는 거예요."
작업 시작을 승인하고, 끝나면 보고를 받는 등 사실상 작업 전반을 관리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간 작업 도중 숨진 한전 하청업체 노동자는 23명이나 됩니다.
[고 김다운 씨 동료]
"제 주변 동료들이나 형이나 동생들 많이 죽었어요. 정말 바뀌는 게 하나도 없어요."
MBC뉴스 임명찬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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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임명찬
[단독] 고 김다운 씨, 수시로 혼자 전신주 올랐다‥한전의 책임은?
[단독] 고 김다운 씨, 수시로 혼자 전신주 올랐다‥한전의 책임은?
입력
2022-01-07 20:19
|
수정 2022-01-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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