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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TV가 유일한 친구"‥코로나 3년에 더 짙어진 '쪽방촌 그늘'

"반쪽TV가 유일한 친구"‥코로나 3년에 더 짙어진 '쪽방촌 그늘'
입력 2022-01-07 20:23 | 수정 2022-01-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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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 쪽방촌 사람들은 더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집 밖으로 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지만, 집 안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닌데요.

    공용 화장실에, 공용 주방까지 사용해야 하는 이들에겐 격리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홍의표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쪽방촌 4년차, 110호 할아버지.

    한 달에 22만 원 내는 한 평짜리 방에 앉아, 종일 반쪽짜리 TV를 봅니다.

    지난해 여름, 방을 옮기면서 비좁은 방에 냉장고를 잘못 놓는 바람에, 할아버지 방 TV는 반쪽만 보입니다.

    [이형기(가명)]
    "이 냉장고를 움직여야만 TV 위치를 바꿀 텐데, 뭐 보시다시피 이렇게 좁아서 냉장고를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혼자 누우면 꽉 차는 방, 살림이라고는 벽에 걸린 옷가지들과 찬장의 즉석 음식 정도가 전부입니다.

    코로나19가 덮친 뒤엔 식사도 방에서만 해결하며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이형기(가명)]
    "이쪽에 사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많이 격리를 하는 추세예요. 옆 건물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왔었거든요. 아무래도 답답하죠, 뭐."

    그렇다고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다닥다닥 붙은 방들은 환기가 어렵고, 한 층에 화장실과 부엌은 딱 한 개씩, 열 집 넘게 함께 씁니다.

    [이형기(가명)]
    "여기 사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다 힘들죠. 환기하느라고 (창문을) 여는데, 그것도 잘 말을 안 들어요."

    서울 양동 쪽방촌.

    '양지 바른 동네'란 뜻이지만, 빌딩숲에 가려 좀처럼 햇볕이 들지 않는 곳.

    코로나19 이후 그늘은 더 깊어졌습니다.

    당뇨병으로 다리를 절단한 뒤 수시로 절단부위를 살펴야 하는 윤용주 씨, 평소 다니던 공공병원에 갈 수 없게 됐습니다.

    [윤용주]
    "저희들이 대부분 다 공공병원을 이용해요. 기초생활수급자들이다 보니까. 공공병원이 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다 보니까, 이제 응급실로 가질 못하잖아요."

    쪽방촌 주민 대부분은 가족과 연락이 끊긴 무연고자들, 이들을 찾아오던 봉사의 발길은 뜸해졌습니다.

    [김강태(가명)]
    "이발 봉사하는 분을 요새는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혹시나 또 그렇게 (감염)될까 봐…"

    가족 대신 안부를 챙기던 쪽방촌 식구들끼리도 얼굴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자립 상담 같은 '정서 지원' 이웃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최영민/서울특별시립 돈의동쪽방상담소 소장]
    "(예전엔) 설 명절 행사를 같이 했어요. (지금은) 주민들이 '언제 우리 한 번 나들이 나가냐, 밖에 나갈 수 있냐'…"

    코로나19로 발길이 뜸해졌다 해도 따뜻한 손길까지 끊긴 건 아닙니다.

    어려워진 '대면 지원' 대신 생필품 등을 보내오는 '비대면 지원'은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빌딩숲 속 그늘진 '양동' 쪽방촌 주민들이, '그래도 새해에는 조금은 따스해진 햇볕이 비추겠지', 기대해 보는 이유입니다.

    [김정호/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고 이러면, 넓은 공원에서 우리가 떡이라도 해가지고, 물이라도 놓고 서로 웃으면서 같이 정감을 나눴으면, 그런 바람입니다."

    MBC 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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