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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겨울왕국'‥바뀐 풍경에 관광 직격탄

눈 없는 '겨울왕국'‥바뀐 풍경에 관광 직격탄
입력 2022-01-08 20:23 | 수정 2022-01-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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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 발원지.

    매년 1월이면 눈축제로 유명한 강원도 태백입니다.

    하지만 2022년 1월 현재, 태백에는 눈이 없습니다.

    12월과 1월에 눈이 사라진지 벌써 여러해 지났다고 하는데요.

    기후변화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태백의 겨울 풍경을 취재했습니다.

    19년 전 겨울, 태백산에서 열린 눈축제.

    하얗게 변한 광장에 만들어진 눈조각들 사이 사람들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12월에 20센티미터가 넘는 눈이 쌓이는건 보통이었습니다.

    [정미진/정선군 주민]
    "(예전에는) 문을 열면 문이 안 열릴 정도로 그렇게 (눈이) 오고."

    [문주학/태백시 주민]
    "시내에 나가면 (눈 때문에) 다른 신발 못 신고 항상 장화를 신고‥"

    하지만 올해는 축제준비로 한창 바빠야 할 광장이 텅 비었습니다.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된 여파지만 여기가 눈축제 무대였다는 것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눈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고도가 높은 산 위는 어떨까?

    한강 발원 샘 중 하나인 고목나무 샘에서 1984년에 촬영된 영상입니다.

    걸음을 내딛기 힘들 정도로 쌓인 눈을 헤치고 걸어야 샘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전병종/숲해설가]
    "(당시에는) 겨울되면 통제가 되는 거예요. (눈이) 허리에 찼는데 눈을 밀고 나갈 수가 없잖습니까."

    하지만 지금 이 주변에 쌓여있는 눈은 5센티미터도 안 됩니다.

    해가 잘 드는 정상부와 남쪽 사면은 아예 눈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짧아지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눈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기상청이 태백에서 처음 기상관측을 시작한 1985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12월 평균기온은 3도 이상 높았습니다.

    태백의 겨울풍경이 바뀌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관광산업입니다.

    [원주연/경기 수원]
    "태백은 진짜 눈 보러 오는데 못 본지가 한참 되니까 다른 산을 가야되나 싶습니다."

    [최도명/택시기사]
    "눈이 안 오다보니까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이 줄어들고‥"

    앞으로도 눈축제를 계속 열 수 있을지 태백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류재광/태백문화재단 사무국장]
    "눈이라는 소재 자체는 고갈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에 의지하는 축제가 아닌 컨텐츠로 승부할 수 있는 겨울축제로 거듭나야‥"

    또 다른 겨울철 대표 관광지인 스키장도 기후변화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태백 인근의 한 스키장.

    눈을 만드는 장비가 계속해서 돌아가지만 빨리 녹아버리는 날도 있습니다.

    [김정훈/하이원리조트 주임]
    "(12월에) 일주일 정도 눈을 뿌리지 못한 기간이 있었어요.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가다 보니까."

    겨울철 기후가 바뀌면서 태백 인근의 식생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태백산과 함백산 고지대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분비나무와 주목 같은 침엽수의 고사가 증가했는데 적설량 감소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 원래 태백에서는 사과 재배가 어려웠지만 해발 700미터에 자리잡은 이 농장에서는 벌써 10년 째 전국 각지로 사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염동일/사과 농민]
    "(초반에는) 냉해를 입고 사과나무가 얼어죽고 이래서‥ 현재는 사과나무 농사짓기 딱 적합한 그런 기온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눈이 줄고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대형 산불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진화 작업도 어려워 집니다.

    [이찬영/태백국유림관리소 보호산사태팀장]
    "지금처럼 눈이 적어지면 하천으로 내려오는 물 양도 줄어들고/산림 헬기가 물을 뜰 수 있는 취수지역이 줄어들죠."

    기후변화를 몸소 체감한 주민들에게 이제 겨울철 하얀 눈은 그리운 존재가 됐습니다.

    [문주학/태백시 주민]
    (막상 눈이 안 오니까 약간 좀‥)
    "안 오니까 눈이 그리워요. 눈이요."

    [정미진/정선군 주민]
    "그렇죠 (그 때가) 좋죠. 난 (눈 많이 오던) 그 때가 좋은데 그래도."

    기상청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2080년 이후에는 겨울은 지금보다 68일 짧아져 39일 정도로 줄어들고 반면에 여름은 1년 중 170일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눈쌓인 겨울풍경도 수십년 뒤에는 어쩌면 오래전 추억속 한 장면이 될 수도 있겠네요.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 취재: 이지호 / 영상 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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