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손하늘

"뺨 맞으며 참고 버텼는데"‥대량 해고 앞둔 송환대기실 직원들

"뺨 맞으며 참고 버텼는데"‥대량 해고 앞둔 송환대기실 직원들
입력 2022-01-12 20:27 | 수정 2022-01-12 21:04
재생목록
    ◀ 앵커 ▶

    인천공항 보안구역 한구석엔 '송환대기실'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국내 입국이 거절된 외국인들이 머무는 곳인데요.

    외국인들의 난동과 폭행에도 제압할 권한이 없다 보니까 관리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이걸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극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부터는 용역직에서 공무직으로 전환이 되는데, 정작 이 중에 절반 이상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손하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외국인 남성이 한국인 직원의 뺨을 강하게 후려치고, 목덜미를 움켜잡습니다.

    다른 외국인까지 합세해 윽박지릅니다.

    [외국인]
    "나랑 싸우자는 거야? <지금 뭐하는 거예요!>"

    때리는 외국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 입국이 거부된 사람들, 맞는 사람은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직원입니다.

    [신규연/송환대기실 직원]
    "이분이 원래 밥을 안 주는 항공사를 타고 온 입국거부자예요. 이 사람이 빵을 채가면 다른 승객이 밥을 못 먹어요. 그래서 그걸 제지하니까 폭행을 한 거죠."

    인천공항 입국층과 출국층 사이 2층 한구석 470㎡, 140평 남짓의 송환대기실.

    한 해 7만 명이 입국 거절되다 보니 앉을 자리도 없을 만큼 북적였습니다.

    [외국인]
    "만지지 마! 당신은 그 사람 몸에 손댈 수 없어!"

    송환대기실 업무는 인천공항에서 손꼽히는 극한 직업.

    "<진정하세요!> 그만 해, 그만 해!"

    직원 42명은 용역 업체 소속으로 난동을 제압할 법적인 권한이 없어, 맞아도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김혜진/송환대기실 직원]
    "저희들이 민간인이기 때문에 그 승객들은 (저희를) 우습게 압니다. 지시를 따르지도 않고요. 머리채를 잡히고 그렇게 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기막힌 일이었고요."

    그러던 재작년, 모든 게 급변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이곳 출입국장을 오가던 여행객들의 흐름은 뚝 끊겼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입국불허자들을 선별해내고 보호하던 송환대기실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한때 쓸 자리가 부족했던 현황판엔 송환대기자가 단 1명입니다.

    용역업체의 원청인 항공사들이 인건비를 줄이면서, 노동자들은 절반씩 돌아가며 기약없는 무급휴직에 들어갔습니다.

    공사장 일용직, 물류센터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2년을 버텼습니다.

    [송환대기실 무급휴직 직원]
    "(송환대기실에서) 같이 일을 하다 보니까 그게 좋아서, 정도 들고 해서요. 계속 버티고 있습니다."

    재작년 말 국회의원들이 다녀간 뒤 이듬해 법이 바뀌면서 잠시 희망이 생겼습니다.

    용역업체가 관리하던 송환대기실을 국가가 직접 운영하고, 직원들을 법무부 소속 공무직으로 뽑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공무직 선발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딱 15명뿐.

    코로나19로 입국불허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42명 중에 27명이 오는 8월, 일터를 아예 떠나야 합니다.

    [고가영/변호사]
    "법의 취지는 근로를 더 안정화시켜주는 것이었는데, 근로자들을 사실상 해고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 거죠."

    법무부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기약은 없습니다.

    [김혜진/송환대기실 직원]
    "갑자기 승객이 늘어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너무 눈물 날 것 같습니다. 계속 일하고 싶은데 정든 곳을 떠난다는 게…"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이성재 이상용 / 영상편집: 나지연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