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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급식 개선'에 장애인 케이크 퇴출‥"시간이라도 주세요"

'군 급식 개선'에 장애인 케이크 퇴출‥"시간이라도 주세요"
입력 2022-01-14 20:25 | 수정 2022-01-1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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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해 군 장병들에 대한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지자, 국방부가 부랴부랴 식자재 납품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튀었는데요.

    군 부대들이 10년 넘게 납품받던 생일 케이크가 필요 없다고 통보를 해 오면서, 빵을 만들던 수백 명의 장애인들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납작한 카스텔라에 잼을 바르고 돌돌 말아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자, '롤케익'이 완성됩니다.

    동그란 틀에 맞춰 크림과 빵을 번갈아 쌓고 전체에 크림을 다시 한번 고르게 바릅니다.

    장식까지 얹자 생일 케이크가 됩니다.

    능숙하게 빵을 만드는 스무 살 노유빈씨는 지적장애인입니다.

    고등학교 특수반에서 제빵기술을 배웠습니다.

    [노유빈/지적장애인]
    "기분이 되게 설렜고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케이크를 직접 만드니까 설렜던 것 같습니다."

    이 케이크들은 생일을 맞은 군 장병들에게 보내집니다.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제안했고, 군 부대들이 10년 넘게 납품계약을 유지했습니다.

    [고두호/지적장애인]
    "장식해서 그 다음에 포장해서 바로 군 부대로‥ 올해도 그냥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새해부터 케이크을 납품하지 말라는 날벼락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국방부가 부실 급식 개선방안으로 식품 조달 방식을 전면 개편하면서, 장병들에게 생일날 케이크 대신 복지포인트를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이정훈/부천혜림직업재활시설 사회복지사]
    "맛이라든지 문제가 있으면 '이런 부분은 이렇다', 얘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납품 안 할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통보를 받으니까 막막한 거죠."

    전국 제빵업체 10곳에서 장애인 3백여명이 군 부대용 케이크를 만들어 왔습니다.

    매출의 절반을 군 부대 납품에 기대 온 업체들도 있습니다.

    [박지수/지적장애인]
    "케이크 만드는 거 문을 닫을 수 있는 것 같아서 더 속상한 것 같아요. 섭섭하고요."

    장애인 제빵업체 직원들은 대부분은 자폐가 있거나, 중증 발달장애인들이어서, 만들던 빵을 바꾸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김혜정/애덕의집 소울베이커리 원장]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10년 동안 그 일을 해왔는데 갑자기 이게 없어진다 그러면‥"

    일을 하며 한 사람 몫을 하는 자식이 고맙고 기특했던 부모들도 속이 타들어 갑니다.

    [민명희/장애인 직원 부모]
    "어엿한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거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크죠. (앞으로) 과연 '우리 애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장애인 제빵업체들은 판매처를 찾을 수 있게 1~2년의 시간만이라도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혜정/애덕의집 소울베이커리 원장]
    "10년 동안 이 일을 해온 장애인들한테, 최소한의 혼란을 주고 조금이라도 저희한테 시간을 좀 주셨으면‥"

    국방부는 "안타깝긴 하지만, 이미 방침이 결정됐다"고 선을 그었고, 보건복지부는 "새 판매처를 조속히 찾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유빈/지적장애인]
    "제가 더 열심히 일을 더 배우려고 했는데 '못 만들고 할 수 있다', 하니까 매우 속상하고."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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