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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화려한 등장 뒤에는‥손해 보는 LG화학 주주

'LG엔솔' 화려한 등장 뒤에는‥손해 보는 LG화학 주주
입력 2022-01-19 20:17 | 수정 2022-01-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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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이 오늘 마감됐는데 엄청난 돈이 몰렸습니다.

    단숨에 시가 총액 2위 자리를 넘볼 기세입니다.

    하지만 원래 LG화학의 한 사업 부문이던 전기차 배터리를 떼어내면서 투자금을 모은 거라 여러 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이성일 기자의 보도 먼저 들으신 뒤에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리포트 ▶

    증권사 창구가 모처럼 북적였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를 사기 위해, 새로 계좌를 만들려는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허병열/공모주 투자자]
    "옛날에 했는데 공모주 청약하면 조금 뭐 이익이 있어서…"

    12조 원의 투자금을 모으는 청약에, 시중 자금 114조 원, 개인 투자자 440만 명이 몰렸습니다.

    액수로도, 투자자 수로도 사상 최고입니다.

    공모가격 기준 현재 가치는 70조 원.

    만약 주가가 30% 이상 오르면, SK하이닉스보다 더 커집니다.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시가총액 2위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논란도 있습니다.

    대주주가 자기 돈은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지배권을 유지한다는 비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래 LG화학의 한 사업부문이었습니다.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LG는, LG화학 지분의 30%를 갖고 있습니다.

    만약 분할하지 않고 그냥 LG화학으로 12조 원의 투자금을 받으면, 주식회사 LG도 5조 원 넘게 투자해야 지분율 30%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LG는 이렇게 하지 않고, 회사를 따로 데어 손자회사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대주주는 자기 돈은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도, 외부 투자금 12조 원과 지배권까지 한꺼번에 갖게 됐습니다.

    알짜 사업을 떼어준다는 발표 직후, LG화학의 주가는 20% 하락했습니다.

    LG화학 주주들은 손해를 본 겁니다.

    [이관휘/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지배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들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게 이게 문제가 된다는 거죠. '지배권을 지키기 위해 일반 주주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 앵커 ▶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이성일 기자에게 몇 가지 질문 더 해보겠습니다.

    이 기자, 사실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을 떼어낸다고 했을 때부터 논란이 있었죠?

    ◀ 기자 ▶

    그랬습니다. 당시에 그런 이유로 LG화학 지분 10% 넘게 갖고 있는 국민연금도 분할을 반대했습니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55% 정도입니다.

    원래 12조 원이나 되는 큰 투자금을 받으면 대주주 지분율은 희석되잖아요.

    하지만 지분율 100%로 손자회사를 만들고 투자금을 받으니까, LG화학의 지분율은 80%대로 유지됩니다.

    결국 이 지분율로 구광모 회장은 자기 돈 투자 안 하고, 손자회사까지 지배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주회사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 앵커 ▶

    LG만 이런 게 아니라 다른 재벌 기업도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거죠?

    ◀ 기자 ▶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부문을 따로 떼어내기로 했습니다.

    CJ ENM도 콘텐츠 제작사업을 따로 떼어내기로 했는데, 불과 3년 전에 합친 걸 또 떼어내는 겁니다.

    카카오도 비슷합니다.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뱅크, 페이, 모빌리티 같은 유망한 사업부문을 다 따로 떼어내 상장하고 있습니다.

    지배권은 유지하면서 외부 투자금을 받는 새로운 수법이 된 겁니다.

    이렇게 알짜 사업을 떼어내겠다는 발표가 나오면, 모기업 주가는 당연히 떨어집니다.

    ◀ 앵커 ▶

    그러면.. 다른 나라도 이렇습니까?

    ◀ 기자 ▶

    아닙니다.

    구글의 경우,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습니다.

    대신 구글 지분 100%를 가진 '알파벳'이라는 모기업의 주식을 사야 합니다.

    구글에 돈이 더 필요하면, 알파벳 주식을 더 발행해 투자금을 모읍니다.

    그러니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가 없습니다.

    구글이 이렇게 하는 건, 기존 주주들이 만약 집단소송이라도 하면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런 제도가 아직 부족한 거죠.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여야 대선후보들도 기업 분할을 제한하거나, 기존 주주들에게 보상해주는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 앵커 ▶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경제 분야를 전문 취재하는 이성일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김진웅 김정은 / 그래픽: 김양희 권오영 이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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