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년.
모두의 삶이 달라졌지만, 특히 장애인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졌습니다.
비장애인은 서로 거리를 두는 정도지만 이들은 사실상 세상과 단절돼 버렸는데요.
코로나19, 2년, MBC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고된 삶을 오늘부터 사흘 동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아예 학교를 갈 수 없게 된 중증 장애아 동환이와, 그 가족의 하루를 고재민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 리포트 ▶
한 아이가 한 손에 뽀로로 볼펜을 들고 트램펄린 위에서 뜁니다.
"동환아 약 먹자!"
웅얼대며 돌아다니는 14살 동환이는, 자폐증과 중증 지적장애가 있습니다.
학교에 있을 시간이지만, 코로나19로 학교는 문을 닫았습니다.
어머니와 풍선을 불며 놀다 말고, 이내 나가자고 보채기 시작합니다.
<어어어야~> "여기다 집어넣고 싶어? '집어넣자'라는 건 놀아주는 건 그만하고 나가자는 거예요."
"기다려 기다려 동환이… "
"동환이가 마스크 써. 옳지 잘하네."
발달장애로 소근육의 발달이 더딘 동환이는, 밖을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분출해야 합니다.
[류승연/중증 발달장애인 가족]
"리트리버 같은 강아지들 키울 때 산책 안해주면 아이들이 집에서 사고 친다면서요. 그니까 저희 동환이도 똑같아요."
"소리 지르면 안 돼. 동환아."
갑자기 주저앉는 동환이, 말이 아닌 '행동 언어', '싫다'는 뜻입니다.
[류승연/중증 발달장애인 가족]
"저기서 먹고 싶은 거예요. 엄마가 이쪽에 가서 밥을(다른 걸) 먹자라고 하니까 '싫어'라고 해서 화내고 있는 중이에요."
한 손엔 휴대전화를 놓지 않고 뽀로로 만화의 소리를 계속 듣습니다.
"소리 조금만 줄여"
식사를 마치고 찾아간 쇼핑몰 어린이 놀이공간.
대여섯살 아이들과 어울리는 14살 동환이, 어머니는 단 1초도 한눈을 팔지 못합니다.
"뛰지마 뛰지마 뛰지마!"
"마스크 올려 마스크!"
"지금 내려와!"
갑자기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올라가고,
"동환이가 엄마 도와주는 거야? 아이고 잘하네…"
그 자리에서 우뚝 서 버리고,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류승연/중증 발달장애인 가족]
"이제 체력이 안 따라줘요. 근데 이거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아직 오늘 하루는 너무 많이 남았어요."
집에 돌아와 한숨 돌리지만, 곧 다시 시작입니다.
"(천장) 치지 마! 치지 마!"
운동치료를 받으러 버스를 타는 걸, 어머니는 '버스여행'이라 부릅니다.
사람을 구경할 일조차 드문 동환이에게, 짧게나마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치료까지 마치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어두워진 저녁, 동환이가 잠들고서야 하루가 끝이 납니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오전은 특수학교에서 보내고 오후에는 활동지원사가 도와줬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는 문을 닫았고, 대면접촉이 어려워지면서 활동지원사도 일을 그만뒀습니다.
[류승연/중증 발달장애인 가족]
"(코로나 전에는) 저는 오전에 집안일 다 해놨을 것이고. 여기(체육관)를 활보(활동지원사) 선생님께서 데리고 오셨겠죠. 그러면 저는 저녁에 '동환아 어서와'라고 하면서, '예쁜 내 새끼'라고 하면서 진짜 몸으로 튼튼하게 잘 놀아줬을 거예요."
동환이를 돌보려고 기자 일을 그만둔 어머니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지만, 24시간 내내 동환이를 돌봐야 해 글을 아예 쓰지 못하는 날이 많습니다.
"(아이가 학기 중에도) 온라인 교육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집중을 못 하니까) 딱 10초 보고 (노트북을) 탁 내려서 닫아버리더라고요."
낮시간 동안 발달장애인을 돌봐주는 시설이나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류승연 작가/중증발달장애인 가족]
"단지 코로나로 인해서 학교 하나가 문 닫았을 뿐인데, 얘(동환)는 모든 세상이 다 닫혀요."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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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고재민
학교가 닫히자 14살 동환이의 세상도 닫혔다
학교가 닫히자 14살 동환이의 세상도 닫혔다
입력
2022-01-19 20:21
|
수정 2022-01-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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