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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N이슈] 직장내 과로사는 왜 유행병처럼 퍼질까? "동료들도 이미 임계치"

[노동N이슈] 직장내 과로사는 왜 유행병처럼 퍼질까? "동료들도 이미 임계치"
입력 2022-01-22 20:39 | 수정 2022-01-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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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현대차 디자이너, 고 이찬희씨의 죽음을 통해 드러나게 된 '과로 자살'.

    과로와 직장내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과로 자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직장에서 퍼진 유행병처럼 반복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금같은 한국 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어떻게하면 더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을까요.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현대차 디자이너 고 이찬희 씨의 죽음.

    경고 신호는 이미 있었습니다.

    같은 남양연구소에서 6년 전 발생한 또 다른 자살.

    두 사람 모두 장시간 노동과 업무 압박에 시달린, 11년차 책임연구원이었습니다.

    [서은영/고 이찬희 씨 아내]
    "예전에 목숨을 끊으셨던 분이 있어요. 회사 내에서. 갑자기 그 얘기를 하는 거예요. 본인이 힘드니까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는지."

    다섯달 뒤 현대차에서는 죽음이 또 이어졌습니다.

    서울 대치동 현대차 오토웨이타워에서 목숨을 끊은 30대 직원.

    유족들은 이번에도 산재를 신청했습니다.

    과로사는 한 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반복해 벌어집니다.

    (2019년 5월 14일 뉴스데스크)
    "30대 집배원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019년 6월 19일 뉴스데스크)
    "40대 집배원이 또 자택 화장실에서‥"

    2019년 우체국 집배 노동자들, 2020년 택배 노동자들, 그리고 2021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줄줄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반복된 죽음은, 과로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동료들도 이미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신호입니다.

    [류현철/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자살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행동이고 병리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그 단계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정말 비슷하게 다 버텨오고 있는 거다."

    경고 신호가 있습니다.

    병가, 휴직, 정신과 상담이 늘어나는 겁니다.

    하지만 회사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그냥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영선/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이런 과로 죽음 사건은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보호를 받아야 되는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단계별로 다 무너져 있다라고 하는 증거인 거예요."

    더 큰 문제는 과로사가 어느 한 직장이나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대차 디자인센터가 도입한 새로운 디자인시스템 DDD, 쿠팡 물류센터가 개별 노동자들 시간당 작업량을 측정한 UPH.

    주52시간으로 명목상 노동 시간은 줄여 놓고, 성과는 계속 짜내려는 장치들입니다.

    직장내 폭언과 괴롭힘도 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정여진/서울대 보건대학원(정신과 전문의)]
    "오히려 가족들보다 더 많이 보는 사람들이 직장 동료들이고 상사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거기서 발생하는 어떤 조직의 문제라든가 아니면 업무 관련 여러 위험 요인들의 역할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는가."

    한국은 과로 죽음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사회입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비극으로 덮지 않고, 실태를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고 말합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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