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곳곳에 빈 구멍‥3백만 명은 아예 보호 대상 제외

◀ 앵커 ▶

법은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법이 손대지 못하는 노동 현장이 많습니다.

전체 사망사고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뒤부터 적용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이어서 고은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020년 일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882명.

이 가운데 714명, 81%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2년 유예됐습니다.

1,100만 명의 노동자들이 당장은 법의 보호를 못 받는 겁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기약도 없습니다.

300만 명이나 됩니다.

[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
"이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법이 오늘부터 시행됐지만, 곳곳에 빈 구멍이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는 대부분 적용되지 않습니다.

질병은 급성 중독만, 그것도 1년에 세 명 이상 같은 사유로 발생한 경우만 적용됩니다.

장기간 독성 물질에 노출돼 직업병에 걸리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노동자들, 반복된 야근과 휴일근무에 따른 과로사,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은 모두 빠졌습니다.

인허가나 감독을 제대로 안 한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조항도 없습니다.

고등학생 신분의 현장실습생이 보호 대상에 포함되는지도 불명확합니다.

국회의원 10명은 그래서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도록 법을 다시 고치자며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권영국/변호사]
"정신질환 또한 마찬가지의 재해이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인허가나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에 대해서 처벌 규정이 반드시 들어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

하지만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보호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MBC 뉴스 고은상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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