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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두 평에 창문 하나"‥고시원에서 되묻는 '인간다운 삶'

[바로간다] "두 평에 창문 하나"‥고시원에서 되묻는 '인간다운 삶'
입력 2022-02-03 22:31 | 수정 2022-02-0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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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정상빈 기잡니다.

    두 평 남짓한 공간과 50센티미터, 그러니까 대략 이 정도 폭의 창문 하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서울시가 내놓은 고시원 기준입니다.

    '두 평과 보통 창 하나' 이 기준은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데요,

    과연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지, 서울의 고시원들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천장에 매달린 옷가지들, 그 아래 비좁은 침대가 보입니다.

    좁은 선반에 약과 잡동사니가 가득합니다.

    보일러가 없는 바닥, 작은 전기난로 한 대가 놓여있습니다.

    33호방 아저씨는 6년째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
    "편해요. 고시원이 편해‥ (예전에는) 노숙자였지, 뭐‥ 다리 밑에서 자고‥"

    4제곱미터, 겨우 한 평 넘는 방.

    월세는 26만원으로, 이 고시원 39개 방 중 가장 비쌉니다.

    제일 싼 방은 월세 20만원입니다.

    "누우면 발끝이 좀 닿네"

    텔레비전 탁상 아래 발을 집어넣고 눕는 전형적인 고시원 구조.

    면적은 거의 같은데, 월세가 다른 건 창문 때문입니다.

    23만원과 26만원짜리 방은 높이 20~30센티미터 남짓한 창이 열리고, 20만원짜리 방은 창문이 아예 없거나, 채 한뼘도 열리지 않습니다.

    바깥 공기 값으로 3만원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서울에서 고시원이 가장 많은 관악구 일대, 10곳 가까운 고시원을 다녀봤습니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눕기도 어려운 공간,

    [OO고시원 주인]
    (이불은 어떻게 펴요?)
    "이거를 이렇게 밀치고, 이렇게 피셔야지‥"

    건물 밖 공용 화장실은 쪼그려 앉는 구식 변기.

    15만원으로 가장 쌌습니다.

    성인 남성이 누웠을 때 문을 열면 머리가 닿는 이 방은 18만원이었습니다.

    (타가)엘리베이터도 있고, 개인 화장실도 있고, 비교적 깔끔한 이 방은 두 배 비쌌습니다.

    [XX고시원 주인]
    "얼마라고 얘기를 해야 되나‥ 36만원까지 해드릴게요."

    열악한 주거 환경의 대명사인 고시원은 전국에 1만 2천곳.

    지난 2018년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습니다.

    창문이 너무 작아 뛰어내리지도 못한 겁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인간다운 삶'과 '안전한 거주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7제곱미터, 두 평 남짓한 면적, 그리고 불이 났을 때 대피할 수 있도록, 폭 50센티미터, 높이 1미터의 보통 창문입니다.

    이 기준은 올 해 7월부터 적용되는데, '서울에 새로 짓는 고시원'에만 해당됩니다.

    서울 시내 5천 8백여개 고시원 중 절반 넘는 고시원이 두 기준을 각각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새로 짓지 않는 한 그대로 운영되는 겁니다.

    [고시원 거주자]
    "창문은 잘 열려요. 이거 이 정도면 돼."

    대상도 '고시원업' 사업자에 국한됩니다.

    즉, 공용화장실을 쓰는 고시원과 고시텔, 개인 화장실이 있는 이른바 원룸텔, 리빙텔까지만 적용되고 불법으로 방을 쪼갠 다가구 원룸, 여인숙과 쪽방촌 같은 도시의 다른 빈곤 주거 형태는 대상이 아닙니다.

    ['쪼개기' 원룸 거주자]
    "햇빛 안 드는 문제랑 창문이 이제 좀 열어도 연 것 같은 느낌이 안 드는 것 같고, 환기가 좀 잘 안 되고‥"

    그나마 서울시가 아닌 다른 지역은 아예 기준 자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새로 짓는 고시원들은 이 기준을 지킬 수 있을까?

    [△△ 고시원 주인]
    "창문이 날 수 있는 공간을 1미터·50센티미터 이렇게 하게 되면, 낼 수 있는 방이 개수가 몇 개 안 되죠. 여기 있는 고시원은 끝이에요. 결국 고시원 없애고 원룸 지으라 그러면 딱 맞아요."

    월세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최악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하자, 그 곳 사람들은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냐고 되묻습니다.

    [고시원 거주자]
    "다른 데는 없어요. (고시원 없으면) 노숙자해야지 뭐‥"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수요자 측면에서는 주거비 지원도 강화되어야 되고, 열악한 고시원들 고쳐내기 위한 리모델링 비용 같은 정부 지원도 확대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두 평보다 좁고 창문 하나 제대로 없는 방에서 약 15만 가구가 하루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 취재: 강종수 / 영상 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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