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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이문현, 고재민

[단독] 쉰내 나는 배추·곰팡이 핀 무로 '명장 김치'

[단독] 쉰내 나는 배추·곰팡이 핀 무로 '명장 김치'
입력 2022-02-22 20:10 | 수정 2022-02-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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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국내 유명 김치 전문기업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김치 공장 한 곳에서 색깔이 변하고 문드러진 배추로 김치를 만들고 있다.."

    MBC에 공익신고자들이 이런 제보를 보내왔습니다.

    실제로 그 공장에서 불량 배추와 무를 손질하고 있는 영상들을 저희가 입수했는데, 변질된 부분들만 도려내고 김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먼저 이문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월 12일]

    한 작업자가 거뭇거뭇한 배춧잎을 계속 벗겨 냅니다.

    배추 속까지 변색돼 있습니다.

    [작업자]
    "<더 확 까요.> 다 까면 못 해. <아이고 까서 남는 것도 없네.>"

    추가로 가져온 배추들도 상태가 비슷합니다.

    "아이구 더러워."

    [2021년 10월 8일]

    지난해 10월에 찍은 영상.

    포기김치용 배추를 절인 뒤 차곡차곡 쌓아놨는데, 색깔이 하나같이 얼룩덜룩합니다.

    [작업자]
    "우리한테 하면서 이런 걸 넘긴다고 하면 되는 거예요?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다 썩었네…> 그러니까…"

    작업자들은 "쉰내가 난다"고도 합니다.

    [작업자]
    "쉰내 난다고 했더니, 쉰내 나는 건 괜찮대… 그런데 뭐라고 해 내가…"

    [2021년 10월 16일]
    무들도 안쪽까지 황토색으로 변했습니다.

    [작업자]
    "아이 더러워."

    작업자가 신선하지 않은 부분들을 도려내고 나니, 남은 무 모양은 죄다 울퉁불퉁합니다.

    [2021년 12월 16일]
    잘라놓은 무의 흰색 단면에 보라색 반점이 가득합니다.

    [작업자]
    "나는 안 먹어. 무가 다 그래요. 쓰레기만 나오지."

    (작성 1월17일)
    이 공장의 자체 검수 보고서에도 배추에 대해 "내부 절단시 10개 중 8개가 썩어있다",

    (작성 2021년 6월 30일)
    무 역시 "대부분 썩어 하얀 곰팡이가 관찰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공장도 위생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21.11.09)
    깍두기용 무를 담아놓은 상자엔 시커먼 물때와 곰팡이가 붙어 있습니다.

    완제품 포장 김치를 보관하는 상자엔 애벌레 알이 달려 있습니다.

    냉장실에 보관 중인 밀가루 풀에도 곰팡이가 보입니다.

    포장 직전에 이물질이 있는지 김치를 통과시키는 '금속 탐지기'의 윗부분에도 군데군데 곰팡이가 있습니다.

    이 영상들은 모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치 전문기업 한성식품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충북 진천의 김치공장 1곳에서 공익신고자에 의해 촬영됐습니다.

    [공익신고자]
    "이런 걸 가지고서 음식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비양심적이고. '대한민국 명인 명장' 이렇게 (광고를) 해서 (판매)하는 그 김치인데…"

    한성식품은 직영 공장 3곳과 자회사 소속 공장 1곳 등 4곳의 공장에서 김치를 만드는데, 자회사의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공익신고자]
    "<이 김치 드세요?> 못 먹죠. 국민들이 먹는 그런 음식인데, 내가 못 먹는데 남한테 어떻게 먹으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요."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김치의 약 70%는 해외에 수출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대기업 급식업체, 서울의 한 종합병원, 유명 리조트 체인 등에 납품됩니다.

    또 홈쇼핑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도 직접 판매됐습니다.

    설립한 지 30년이 넘는 김치 전문기업인 한성식품은 2020년 매출이 5백억 원대로 각종 특허와 위생 관련 인증을 받았습니다.

    공인신고자는 지난달 이런 실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MBC는 입수한 영상과 사진, 각종 자료들을 모두 식약처에 넘겼습니다.

    식약처는 오늘 해당 공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 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 영상편집: 고무근

    ◀ 앵커 ▶

    한성식품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이 김치 공장은 취재가 시작되자 처음엔 "악의적인 제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품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했다고 인정했고, 모기업인 한성식품은 "공장 네 곳 중에 자회사가 운영하는 한 곳에서만 발생한 문제"라면서 "즉각 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문제의 김치 공장에 찾아가봤습니다.

    불량 배추 영상을 보여주자 "악의적인 제보"라고 했습니다.

    썩은 배추가 들어온 날에만 찍은 영상이고, 상한 부위는 모두 도려내 실제 김치에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한성식품 자회사 관계자 A]
    "썩은 배추가 들어오는 날 누가 찍었어. '이런 배추가 들어온다' 하면 이거 촬영을 한 거예요. <악의적으로?> 악의적으로."

    색깔이 얼룩덜룩한 절인 배추들에 대해선 "쓰지 않고 모두 폐기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관계자의 말은 또 달랐습니다.

    [한성식품 자회사 관계자 B]
    "사실 이게 이렇게 뒤집어서 보면 또 막상 안쪽은 깨끗한 애들이 좀 있을 수 있거든요. 최대한 겉을 긁어낼 만큼 긁어내고 쓰는 걸로."

    곰팡이가 핀 밀가루 풀은 "여름에 냉동장치가 고장 난 날 찍힌 영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성식품 자회사 관계자 A]
    "여름에는 이 냉동, 이런 장치들이 쉽게 고장이 나 버려요."

    그런데 "11월에 찍은 영상"이라고 밝히자, "쓰다 남은 풀이었고, 폐기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한성식품 자회사 관계자 A]
    "<근데 이 영상은 여름에 찍은 영상은 아닙니다.> 한꺼번에 2통 쓸 걸 4통 만들어놨다 그러면 시일이 초과되면서 못 쓰는 거지."

    취재가 계속되자, 모 기업인 한성식품과 자회사는 결국 "관리에 책임이 있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성식품 자회사 임원]
    "미관상으로 상식선으로 이렇게 원료의 품질이 떨어진다라고 하는 거는 정말, 이거는 죄송한 일이고 잘못된 일이고…"

    다만 "썩거나 먹을 수 없는 부분은 재료 손질과정에서 전량 잘라내고 폐기해, 완제품 김치에는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한성식품은 또 "전체 매출이 약 550억 원인데, 해당 공장은 50억 원 정도로, 10%가 안 된다"며 "즉시 시정조치 했고, 직영 공장 3군데의 제품들은 원재료 보관 창고가 달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성식품 부사장]
    "(회장님이) 핑계 대고 싶지 않고, 원물(재료) 관리가 부족했다. 즉시 시정하겠다 지금부터. 그리고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배추는 자체 폐기하고 쓰지 않도록…"

    MBC 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나경운 / 영상편집: 김하은

    ※ 한성기업 및 크래미와 고급맛살을 전문으로 생산중인 한성식품㈜은, 김치전문기업인 ㈜한성식품(한성김치)과 관계 없는 기업임을 알려드립니다. 한성기업은 이번 김치 사건의 ㈜한성식품과 기업명이 동일해 같은 기업으로 오해받는 상황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성기업은 창사 이래 김치에 대한 생산 또는 유통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또 현재 시중에는 '한성식품'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품 업체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소비자들이 이번 보도에 등장하는 '㈜한성식품(한성김치)'과 혼동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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