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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협 자금운용 책임자의 죽음, 최고위 간부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

[단독] 신협 자금운용 책임자의 죽음, 최고위 간부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나?
입력 2022-02-22 20:26 | 수정 2022-02-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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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 1월 뉴스데스크는 현대차 디자이너 고 이찬희 씨의 죽음을 통해서 이른바 '과로 자살'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고 이찬희 씨뿐 아니라 한 해 수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장 문제 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는 또 한 사람의 죽음을 조명하려고 하는데요.

    자산규모 110조 원, 세계 4위 규모라는 신용 협동조합 중앙회.

    이 조직의 자금 운용 책임자가 한 달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먼저 차주혁 기자의 단독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월 6일, 57살 남자가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남식 본부장.

    신용협동조합 중앙회에서 30년 넘게 일한 고위 간부였습니다.

    그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회사 문제는 어쩔 수 없는 지나간 과거이고 운명인가 보다. 괜히 힘 빼면서 다투려 하지 말아라."

    [김지윤/故 김남식 씨 딸]
    "아빠가 "좀 억울한 일을 당했고, 지금 그거에 대해서 자료들도 좀 모아놓고, 그리고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김남식 신용관리본부장은 전국 8백여 개 협동조합들이 맡긴 자금을 운용하는 총 책임자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부터 직속상관인 부문장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김남식-부문장 대화 녹취]
    부문장 : 내가 너보다 직계 위 아니냐? 그런데 회의 때마다 부문장 공격하는 게 맞냐?
    김남식 본부장 : 업무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면 그 얘기를 들어줘야지.

    수익률을 악화시킬 수 있는 회사 방침에 반대하면서 벌어진 갈등.

    동료들은 자금운용 책임자로서 당연한 문제 제기였다고 했습니다.

    [신협 동료A]
    "사리사욕을 업무를 통해서 채울 일도 없고. (당연한 업무로 보이거든요. 이분의.) 그렇죠. 예예."

    갈등이 계속되던 7월 15일.

    회사는 김 본부장을 갑자기 대전으로 발령냈습니다.

    서울의 본부장을 아무 연고도 없는 대전 연구소의 평사원으로 강등시킨, 이례적 인사였습니다.

    인사위원회조차 열지 않았습니다.

    [신협 퇴직 간부]
    "인사위원회는 필요 없다고 판단을 한 모양이에요. 저도 30년 가까이 일했지만 그런 인사는 없었어요. 한 번도."

    [신협 동료B]
    "본인 업무를 하다가 된 건데, 그게 이렇게 경질이나 인사발령의 사유가 되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인사 발령 닷새 뒤, 김 본부장은 정신과를 찾았습니다.

    심한 모함을 당했다. 황당해서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사와 상담했지만, 회사의 인사권에 대응할 수 없어 답답하고 한계를 느낀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그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와 휴직까지 냈습니다.

    회사에 계속해서 인사 발령의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어떤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지윤/故 김남식 씨 딸]
    아빠가 계속 도움을 요청하셨어요. 30년을 일한 회사이기 때문에 누군가 한 명은 도와주겠지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복직을 2주 앞두고 김 본부장은 신협 중앙회장과 부문장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최인규/영상편집: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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