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과로 자살, 한 해 수천 명이 과로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는 추정만 있을 뿐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오늘은 유명 가전 업체 쿠쿠홈시스의 사례입니다.
이 회사 개발팀의 40대 가장이 이달 초 스스로 생을 정리했습니다.
회사는 인정하지 않지만 그가 실적 압박과 직장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증언, 그리고 관련 녹취를 MBC가 입수했습니다.
과연 숨진 이, 개인의 문제였는지.. 먼저 차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4일.
경기도 시흥의 쿠쿠홈시스 직원 숙소에서 40대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기술연구소 상품개발팀 최 모 과장.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팀장의 폭언과 괴롭힘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글들이 잇따랐습니다.
한 현직 직원도 같은 증언을 했습니다.
[현직 직원]
"좀 더 지독하게 굴어가지고 이 사람이 스스로 회사 나가게끔 만들겠다. 그런 식으로 많이 괴롭혔고, 그 이후부터는 최OO 과장님께서는 조금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시더라고요."
피해자는 최 씨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상품개발팀의 한 퇴직자가 제보한 녹음 파일.
[상품개발팀장(2018년 11월 9일 상품개발팀 회의)]
"정규시간 지나서 나가라니까 다들 난리를 쳤다며. 그러면 그렇게 가. 18시 30분에 퇴근을 해. <저는 그걸 가지고 불만을 제기한 적은 없습니다.> XX 또 열받게 하네. 0상무하고 3자 대면해볼까?"
[상품개발팀장]
"뭔 소리를 떠드는 거야. 당신, 차장이나 달면서 이 업무를 이렇게 해놓고 마음 편하게 집에 가려고 그 얘기 하는 거야, 왜? 난 마음이 안 편해서 주말에 나와. 일을, 나와서 일을 해."
[상품개발팀장]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뭐래. 야, 그러면 일주일 동안 하란 대로 해. 업무를 해. 어디서 개소리야. 사람이 인간적으로 대하면 인간적으로 대해야 될 거 아냐."
[상품개발팀장]
"애가 아프대. 집사람도 아프대. 그렇다고 회사한테 징징대? 그럼 XX, 집에 가서 애새끼 봐. 누가 계속 다니래? 강요한 사람 아무도 없어."
이 제보자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퇴사자 A]
"'너 왜 이 일 어려운 게 아닌데 1시간을 잡았느냐. 나는 그거 5분이면 한다. 그러니까 네가 이거밖에 안 된다.' '너는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다'라는 식으로 압박을 많이 했죠."
상품개발팀장 한 사람의 문제였을까?
또 다른 퇴직자는 다른 팀들도 비슷했다고 했습니다.
[퇴사자 B]
"사실은 이게 상품개발팀에서 사건이 터지기는 했지만 쿠쿠 내부의 모든 팀들에서 있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제가 있었던 팀은 진짜 쌍욕을 막 하면서 소리 지르기도 하고, 막 '이 새끼' 그냥 심한 말로 'XX새끼, X새끼 너 찾아가서 죽인다.'"
정신과 상담을 받은 동료들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퇴사자 B]
"'이 새끼 저 새끼 넌 쓸모없는 새끼야' 막 이런 얘기만 듣잖아요. 그러면 자기 인생을 어느 순간에 부정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직원 10명 정도 규모인 쿠쿠홈시스 상품개발팀 한곳에서만 지난 2년 사이 10명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정민환 /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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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단독] '과로자살' 40대 가장이 또 죽었다‥쿠쿠홈시스에서 벌어진 일
[단독] '과로자살' 40대 가장이 또 죽었다‥쿠쿠홈시스에서 벌어진 일
입력
2022-02-23 20:12
|
수정 2022-02-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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