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여기까지만 보면 상품개발팀장 한 사람이 문제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 과장의 죽음 2년 전에 이미 직원들이 팀장의 폭언과 괴롭힘을 회사에 집단으로 문제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아무 조사 없이 그냥 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임상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최 과장의 죽음 2년 전인 2020년 3월.
상품개발팀 직원들은 회사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직원들은 팀장의 폭언과 괴롭힘 사실을 회사에 알렸습니다.
당시 면담을 녹음한 파일입니다.
[2020년 3월 26일 경영지원팀장 면담]
직원 A: "뇌가 있냐는 둥,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냐는 둥, 바보 아니냐, 대학교 나왔냐, 연봉을 삭감하겠다…"
경영지원팀장: "좀 밉상스럽게 감정을 건드리는구나."
직원 B: "자리에 없으면 뭘 하는지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고…"
경영지원팀장: "아랫사람에 대한 신뢰도 없고…"
경영지원팀장은 임원인 기술본부장에게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2020년 3월 26일 경영지원팀장 면담]
경영지원팀장: "일이 힘들겠거니, 사람이 조금 많이 쪼았겠거니, 이 정도 수준이지. 그렇게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회사라는 조직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회사는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해야 하고, 조사 기간 동안 직원들을 가해자와 분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쿠쿠홈시스는 조사도 하지 않고 그냥 덮었습니다.
결국 두 달 뒤, 상품개발팀 직원의 절반인 4명이 집단 퇴사했습니다.
[퇴사자 A]
"팀장은 그대로 있고, 저희도 딱히 팀도 바꿔주지 않고 유야무야 흘러가는 걸 느끼고. 나름 기대를 안고 단체면담을 했는데 크게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서 저희는 포기하고 나온 거죠."
당시 직접 면담을 했던 경영지원팀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쿠쿠홈시스 경영지원팀장]
"<면담을 했을 때 녹취 파일이 있어서요.> 제가 몇 년 전에 한 이야기는 기억이 안 납니다. 업무상의 불편함이라든지, 상사와의 불편함을 이야기한 기억은 있어요. 그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라고 인지를 못 했고요."
기술연구소 책임자인 담당 임원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난주 사임했습니다.
직원들의 집단 퇴사 이후 이 부서로 발령받은 최 과장은, 결국 1년 만에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퇴사자 A]
"팀장 문제가 제일 주된 원인이지만 그거를 어쨌든 암묵적으로 좀 묵인해주고 보호해 주는 윗사람들도 같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쿠쿠홈시스는 직원들의 집단 퇴사는 개인 사유였고, 이 부서는 원래 이직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를 꾸려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쿠쿠홈시스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조윤기 소정섭 /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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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임상재
[단독] 폭언·괴롭힘에 줄줄이 퇴사‥신고해도 '무대응'
[단독] 폭언·괴롭힘에 줄줄이 퇴사‥신고해도 '무대응'
입력
2022-02-23 20:15
|
수정 2022-02-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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