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얼마 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50대 직원을 두고 쿠팡 측은 "고인이 전산 교육 담당이라서 업무 강도가 낮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의 주장과 달리 고인의 휴대전화 속에는 과도한 육체노동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작년 성탄을 하루 앞두고 쿠팡 경기도 동탄 물류센터에서 쓰려져 끝내 숨진 노 모 씨.
노 씨의 상사가 메신저로 날짜별로 물건을 쌓으라고 지시하자, 노 씨는 '자키'를 가지러 간다고 답합니다.
'자키', 즉 철제수레로 물건을 정리하는 일을, 53살 여성인 노 씨가 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날, 상사가 급한 물량을 전산등록 하라고 지시하며 아예 "고중량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민병조/쿠팡 동탄센터 노동자]
"너는 이 분야에 이것만 하니까, 이렇게 해서 안 시키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굉장히 다양한 업무들을 해요. 실제로는…"
노 씨의 휴대전화 만보기 앱에는, 작년 10월 19일, 3만 5천7백 보를 걸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20킬로미터를 훌쩍 넘게 걸은 걸음수입니다.
다른 날도 3만 4천 보, 2만 9천 보…
많아야 수천 보 걸었던 쉬는 날 기록과는 확연하게 차이 납니다.
택배 상자의 정보를, 전산 입력하기 위해 드넓은 물류창고를 종일 걸어다닌 겁니다.
쿠팡은 줄곧 "고인은 강도가 낮은 신규직원 교육업무를 맡아, 주당 33시간만 일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철갑/조선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16~20km 이상 될 건데요. 평균 근무시간이 33시간이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무언가 시간 계산하는 데에 착오가 있었거나…"
노 씨는 쓰러진 당일에도 출근 불과 3시간 만에 1만 3천 보, 10km를 훌쩍 넘게 걸었습니다.
"육체노동은 전혀 없었다"던 쿠팡은 돌연 "고인이 가벼운 물건을 수레로 옮기는 부수적인 업무에 자발적으로 지원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도 "업무강도는 높지 않았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노은숙/숨진 노 씨 언니]
"몸무게가 48~9kg 나가던 친구가 마지막에는 (6개월 만에) 43kg까지 줄었습니다. 너무 힘들다고 매번 죽을 것 같다는 얘기를, 매번 했습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 : 김경배 / 영상편집: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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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상훈
[단독] '업무 강도 낮다'던 숨진 쿠팡 노동자‥"하루 3만 5천 보"
[단독] '업무 강도 낮다'던 숨진 쿠팡 노동자‥"하루 3만 5천 보"
입력
2022-02-23 20:25
|
수정 2022-02-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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