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작년 연말부터 서울 도심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는데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가장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시위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석 달 동안 21번이나 계속된 시위는 오늘로 일단 끝이 났지만, 그동안 시위대는 시민들로부터 욕설과 비아냥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지하철에 올랐던 이유가 뭔지 손구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어제/서울 충무로역 3호선]
"휠체어 탑승객이 승차하고 있습니다. 조금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하철 객실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줄지어 들어섭니다.
출근길 비좁은 객실을 휠체어가 가득 채우자, 한 시민이 거세게 항의합니다.
"야, 니네 뭘 잘 하는데 출근시간에 왜 자꾸 그래? 왜 계속 몇 달째 XX인데이 XX… 출근시간 아깝게…"
이어진 무거운 침묵…
장애인 단체 활동가가 말문을 엽니다.
[박경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욕을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내가 욕했어?>"
"<출근길에 뭐하시는 거예요.> 아저씨들 때문에 내가 출근시간 한 시간 반씩이나 늦어졌었는데…"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장애인들의 이동할 권리는 16년 동안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다섯번째 역, 시위를 끝내고 내리는 과정도 순탄치 않습니다.
"<그런데 왜 출근길에 하세요?> 아침에 왜 불편 주잖아요, 지금… <아니 근데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요?> 빨리 내리시라고… 당신 때문에 출근 늦어. 꼴값 하네, 꼴값 해."
급기야 욕설이 이어집니다.
"어디다 대고 XX이야. 얼른 꺼져… <욕하지 마세요.>"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자 심지어 어떤 시민이 장애인단체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협박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XX새끼야. 어? 다리도 한 번 부러뜨려 줘? 팔도 한 번 부러뜨려 줘?"
"지하철을 탈 수 있게 해 달라!"
지난 2001년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에서 추락해 숨진 뒤, 장애인들은 20년 넘게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상버스는 장애인 100명 당 고작 3명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고, 지하철역마다 최소 두 대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준다던 서울시의 약속도 7년 째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데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다닐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
이해한다, 불편하다,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권영호]
"해줄 건 해줘야죠. 그 분들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 거고…"
[양희준]
"본인들 목소리를 내는 건 좋은데, 피해를 주지 않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해를 넘겨 석 달간 21차례 이어진 지하철 시위는 대선 후보들에게 장애인 공약 이행을 요구하며 오늘로 마무리됐습니다.
당신의 출근길은 하루 불편했겠지만, 우리 출근길은 하루도 편한 적이 없었다고…
휠체어에 탄 이웃들의 호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벼슬이야, 벼슬? 벼슬이냐고!> 여러분들이 지하철을 안전하게 타고 다니듯이, 저희들도 지하철을 안전하게 탈 권리가 있습니다."
MBC뉴스 손구민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이관호/영상편집: 나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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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구민
'진상·꼴값' 비아냥에도‥21번 '지하철 시위'의 이유
'진상·꼴값' 비아냥에도‥21번 '지하철 시위'의 이유
입력
2022-02-23 20:37
|
수정 2022-02-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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