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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한바퀴] 온도 낮추고 탄소 줄이지만‥잘려 나가는 가로수들

[지구한바퀴] 온도 낮추고 탄소 줄이지만‥잘려 나가는 가로수들
입력 2022-03-04 20:25 | 수정 2022-03-0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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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포트 ▶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으로 도심의 가로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가로수가 도심의 온도를 낮추고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가로수는 심하게 가지치기를 당하거나 아예 잘려버리기도 합니다.

    해마다 2~3월이면 되풀이되는 가로수 수난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토요일 오후 인천 계산역 대로변.

    작업자들이 전기톱으로 큰 나무들을 잘라냅니다.

    관할 구청이 이 주변에 소나무를 심겠다며 양버즘나무 일명 플라타너스와 백합나무 등 가로수 3백 그루를 베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멀쩡한 나무 왜 베어내는 거예요 지금?) 이거 자르고 뿌리째 파내고 다른 나무를 심어요."

    외곽의 시원한 공기를 도심 안쪽으로 유도하는 띠 형태의 녹지, 일명 바람길숲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최완식/인천 계양구]
    "1~2년 자란 게 아니잖아요. 수십 년 자랐다고 이게. 그리고 여름에는 얼마나 울창하고 예쁜데‥ 이걸 다 자르고, 예산낭비지‥"

    전체 예산 35억원의 절반은 산림청이 지원했습니다.

    바람길숲은 녹음이 우거져야 효과적인데 도리어 수령 4~50년 된 활엽수를 잘라내고 침엽수인 소나무를 심겠다는 겁니다.

    [최진우/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소나무가) 탄소흡수량도 적고‥ 보기에는 좋아도 대로변의 만성적인 대기오염과 미세먼지에는 취약합니다."

    환경단체의 반발과 산림청, 인천시의 행정지도로 사업은 일시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인천 계양구청은 바람길숲 사업과는 상관없이 일부 나무들이 원래 쓰러질 위험이 있었다며 안전등급이 낮은 나무는 잘라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남상근/인천 계양구청 공원녹지과장]
    "정상적인 나무로 보여지는 이런 나무들도 실제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는‥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잠재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나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잘려버린 나무 79그루 중 상당수는 당장 잘라낼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받은 나무들이었습니다.

    2차 선 도로를 따라 심어진 1백여 그루의 은행나무 덕분에 이름 지어진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

    그런데 모든 은행나무가 마치 칼로 자른 것처럼 똑같은 높이로 싹둑 잘려 있습니다.

    줄기가 잘린 부분은 시커멓게 변해서 썩기 시작했습니다.

    가로수의 생태와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채 가지치기를 너무 심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최영/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사람으로 치면 팔을 잘라버린 거나 다름 없는 거에요. 저렇게 잘라버리면 회복을 할 수 없다 보니까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감염이 돼서 나무가 썩게 되고요."

    가지를 치거나 아예 잘라내는 가로수 정비 작업은 매년 봄이 시작될 무렵 진행됩니다.

    전깃줄 보호, 경관 개선 등 이유도 다양한데 멀쩡한 가로수를 죽이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나무가) 커져가면서 나무가 주는 혜택을 우리가 받는 건데 과도한 관리로 인해서 (가로수의) 역할을 전혀 못하는 상황에 놓여지게 되는 거죠."

    파리, 뉴욕 같은 해외 도시는 인위적인 개입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가로수를 보살핍니다.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가로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만큼 마구잡이식 가로수 관리를 이제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김백승,나경운/영상편집:송지원/영상출처:가로수 가지치기 시민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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