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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밤에만 다니던 청소차, '햇살 아래 쓰레기 수거' 해봤더니‥

[바로간다] 밤에만 다니던 청소차, '햇살 아래 쓰레기 수거' 해봤더니‥
입력 2022-03-07 20:38 | 수정 2022-03-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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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김지인 기자입니다.

    매일 저녁 집집마다 종량제 쓰레기 봉투와 재활용 쓰레기들을 이렇게 집 앞에 내놓습니다.

    사람들이 다 잠든 밤에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겁니다.

    환경미화원들이 밤에 작업을 해야하다 보니, 사고를 당하는 일이 적지 않았고, 3년 전부터는 쓰레기 수거작업을 낮에 하도록 정부 지침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종량제 봉투에는 저녁에 쓰레기를 내놓으라고 적혀 있고, 아직까지도 많은 지역에선, 환경미화원들은 낮밤이 바뀐 삶을 살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지금 바로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컴컴한 골목길을 쉴새 없이 오르고 내리고… 쓰레기 더미를 헤집어 노란 음식물 쓰레기봉지를 골라냅니다.

    [환경미화원]
    "음식물을 주민들이 막 아무 데나 던져놓아서…"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골목에선, 청소차 비상등 불빛에만 의존합니다.

    환경미화원들이 날카로운 쓰레기를 미처 보지 못하고, 찔리거니 베이는 일이 흔한 이유입니다.

    큰 길가를 천천히 달리는 청소차 옆으로 버스가 빠른 속도로 내달립니다.

    늦은 밤 차도까지 내려와 일하다 보니, 교통사고나 추락 사고도 빈번한 일.

    최근 5년간 8백 명이 일하다 뼈가 부러졌습니다.

    작년 12월에는 서울 중랑구와 강북구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잇따라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환경미화원]
    "야간에 신호위반이나 음주운전 하는 사람이 들이받는 경우가…"

    1980년대, 승용차가 늘어나 청소차 운행이 어려워졌고, 또,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깨끗한 거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로, 환경미화원들은 밤거리로 내몰렸습니다.

    [환경미화원]
    "오늘은 한 4시간 정도 잤어요. 7년 일한 지금까지도 적응이 안 돼요. 애들하고 놀아줄 시간도 없고…"

    정부는 30년이 훌쩍 지난 2020년부터 쓰레기를 낮에 치우는 걸 원칙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처럼, 일부만 예외로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가운데, 낮 근무는 단 2곳, 여전히 예외가 원칙보다 훨씬 많습니다.

    교통에 방해가 되거나 주민들이 싫어한다는 게 이유입니다.

    [정문영 / 택시기사]
    "청소차가 천천히 가면서 싣기 때문에, 비켜갈 수도 없고, 골목길에서…"

    [오순분 / 서울 마포구]
    "(낮에) 다니면 안 좋죠. 음식물 냄새도 나고, 쓰레기 아무래도 날릴 수도 있고 안 좋겠죠."

    ====================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의 한 골목길, 출근하는 시민들, 학교 가는 아이들 사이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옮깁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합니다.

    [시나가와 요시테루 / 시나가와구 청소사업소장]
    "근무 시간은 보통의 공무원과 같습니다."

    한낮 쓰레기 수거가 일상적인 풍경. 청소차를 보고 직접 쓰레기를 가져다주는 주민도 보입니다.

    [시나가와 요시테루 / 시나가와구 청소사업소장]
    "(밤에 하면) 수집하는 소리라든가, 그런 데서 불평이 나올 겁니다. 일상적인 생활 사이클도 달라지니까, 여러가지 지장이 생기지 않나…"

    =====================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지침에 따라 낮에 쓰레기를 치우는 곳이 있습니다.

    지금 시각이 8시 반쯤 됐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주변이 환합니다. 출근시간대가 지나간 뒤라,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주차됐던 차들이 빠지면서, 청소차량 진입이 조금 더 쉬워졌습니다.

    식당가 점심 장사에 영향이 없도록, 부지런히 쓰레기를 치웁니다.

    [신광철 / 환경미화원]
    "'장사 해야 되는데 왜 안치웠냐' 이런 얘기들이 많았는데. 설명 차근차근 드리니까, 양해를 많이 해 주셨어요."

    주민들도 차차 이해하면서 이젠 낮 청소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용수 / 인근 상인]
    "야간에 하시든, 주간에 하시든 별 차이 없고 그래요. 그분들 밤에 하면 힘들고 하잖아요."

    환경미화원들도 사고도 줄고 삶의 질이 좋아졌습니다.

    [신광철 / 환경미화원]
    "밤에는 시야가 제한되죠. 손 베이는 경우도 왕왕 있었는데… 사람이 원래 정상적으로 생활해야지 양질의 수면도 취할 수 있는데…"

    하지만, 서울과 부산, 대전 등 인구가 많은 대도시 상당 지역은 여전히 야간 쓰레기 수거가 일반적입니다.

    정부는 2년 넘도록 얼마나 많은 지자체가 낮 근무 지침을 따르는지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야 첫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환경미화원]
    "야간 근무가 2군 발암물질이라는데… 보여주기 위한 행정이라고밖에 판단이 안 돼요."

    "이해가 안돼요. 낮에 충분히 해도 되는데, 왜 우리를 밤에 이 일을 시키는지."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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