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부모가 발달 장애가 있는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최근 잇따라 발생했죠.
장애 아동을 돌보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장애 아동의 부모들이 숨진 아이들을 추모하며, 돌봄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눠 가져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의 초등학교 입학식날,
이 학교에 입학했어야 할 9살 발달장애 아동이 40대 엄마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40대 엄마 / 살인혐의 (4일, 수원서부경찰서)]
"<숨진 아이한테 할 말 없습니까.> <아이한테 미안하지 않으십니까.> ……."
기초생활수급자로 월세 20만원짜리 반지하 집에 살던 엄마는, "생활고 때문에 아들을 살해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같은날 시흥에선 50대 엄마가 발달장애인 20대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자수했습니다.
미리 써 둔 유서에 엄마는 "딸이 나중에 좋은 집에 환생하면 좋겠다"고 썼습니다.
두 집 모두 엄마 혼자 발달장애 자녀를 책임지며,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겁니다.
얼굴 없는 두 아이의 영정 앞에, 국화꽃이 하나씩 놓여집니다.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은 이번 일이 마치 자기 가족 일인 것처럼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허혜영/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부회장]
"사는 게 얼마나 절망이었으면, 어미(엄마)가 아이를 죽입니까."
이들은 국가와 사회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가족에게 돌봄 책임을 떠넘기는 부양의무제를 없애고, 활동보조사나 주거 등 사정에 따라 맞춤형 지원체계를 갖춰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권달주/전국장애인차별 철폐연대 공동대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왜 못 합니까. 왜 가족은 늘 빈곤에 허덕여야 합니까."
작년 11월 전남 담양에서 40대 발달장애인 아버지가 13살짜리 발달장애인 아들과 80대 모친을 모두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발달장애인은 바뀐 일상에 적응하기 어렵고, 가족들은 대면지원이 줄면서 돌봄 부담을 온전히 떠안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발달장애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가족을 살해하는 등 숨진 사건은 알려진 것만 16건, 모두 20명이 숨졌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 강재훈/영상편집 :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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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문현
잇따른 발달장애 자녀 살해‥"사회적 타살! 돌봄 부담 나눠야‥"
잇따른 발달장애 자녀 살해‥"사회적 타살! 돌봄 부담 나눠야‥"
입력
2022-03-08 20:38
|
수정 2022-03-0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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