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한바퀴] 기후변화가 키운 산불‥현실이 된 기후재난

◀ 리포트 ▶

산불은 대부분 사람 때문에 납니다.

하지만 그 산불이 커지고 잦아지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곳 경북 울진을 포함한 이번 동해안 산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의 기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왜 대형산불을 일으키는지 취재했습니다.

가파른 산비탈에서 진화작업이 한창입니다.

진화대원이 발을 옮기고 쇠스랑으로 땅을 뒤집을 때마다 흙먼지가 뽀얗게 피어오릅니다.

땅에 물기가 없다 보니 발을 디딜 때마다 흙이 무너져 내립니다.

울진 산불 현장입니다.

토양에 수분이 전혀 없고 메말라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나무도 바짝 말라서 불이 한 번 붙으면 나무가 다 타 없어질 때까지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이번 산불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동해로 흘러들어 가는 하천입니다.

물줄기는 거의 사라졌고 거대한 자갈과 모래밭만 남았습니다.

[심경섭/강원 삼척]
"지금 이때쯤 (눈이) 막 녹아 나와야 하거든. 그렇게 되면 물이 줄줄 흘러가야 되는데 아예 바짝 말라버렸으니까."

대형산불의 원인이 된 극심한 겨울 가뭄.

겨우내 눈이나 비 구경을 하기 힘들었던 이번 산불 발생 지역은 전체가 불쏘시개와 같은 상태였습니다.

[박종한/경북 울진]
"(눈이 녹으면) 땅 밑이 축축하니까. (산불이) 많이 확대가 안 될 텐데, 땅까지 바싹 말랐으니까 화약이죠 완전히."

올해 갑자기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행된 기후변화의 일부분입니다.

[김민채/강원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
"강원영동의 평균 기온은 1970년대에 비해 2010년대에는 1.0도 상승하였습니다. 기온상승에 따라서 상대습도는 4.5% 감소하였고요."

적설량 감소는 더 심각한데, 경북 울진에는 1월 기준으로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내리 7년 동안 눈이 쌓인 적이 없습니다.

또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봄철에 강한 바람이 부는 기간도 늘어납니다.

기온과 습도, 강수량 그리고 바람.

네 가지 기상요소가 모두 산불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어 온 겁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면적은 모두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기후변화의 폭보다 산불 위험지수 증가 폭이 더 크다는 겁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도에서 2도로 0.5도 높아질 경우 산불기후지수는 일부 지역에서 2배 가까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윤진호/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온도가 0.5도 증가했지만 위험 기상 지수 같은 경우에는 '훨씬 더 많이 오를 수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를 멈추게 하는 게 장기적인 해결책이지만 현재로선 산불 예방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
"건조하고 바람이 있을 때 많은 (감시) 인력을 더 집어넣어서 (산불)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현실이 된 기후재난, 대형산불.

대비가 늦어질수록 산불은 잦아지고 피해도 더 커질 것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강종수/영상편집 :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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