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김세진

[집중취재M] 반경 1.5km 벗어나자‥목록에서 사라지는 '맛집'

[집중취재M] 반경 1.5km 벗어나자‥목록에서 사라지는 '맛집'
입력 2022-03-16 20:10 | 수정 2022-03-16 20:12
재생목록
    ◀ 앵커 ▶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이 단 1개의 음식도 배달해주는 '단건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점주들한테는 검색에 잘 나오게 해준다며 고액의 수수료도 받고 있는데요.

    MBC 취재 결과 검색 노출 방식을 조정해서 실제 배달 권역을 크게 축소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세진 기자가 그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관악구의 한 만두 가게입니다.

    손님들의 댓글도 7백 개 넘게 달리고, 별점도 4.9점.

    말 그대로 인기 맛집입니다.

    그런데 주문이 몰릴 점심시간.

    주방이 한산합니다.

    [만두 가게 점주]
    "이 주문이 지금 40% 가까이는 줄은 것 같아요. 아주 이대로 가다가는 안 되니까."

    주문이 뚝 끊기기 시작한 건 작년 말 이후였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통해 단 한 건의 주문도 배달해준다는 '단건 배달'에 가입한 지 반년 정도 지났을 무렵니다.

    어느 지역의 주문이 급감한 건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만두 가게를 기준으로 1.2km 떨어진 지점.

    고객 입장에선 높은 순위로 검색됩니다.

    [만두 가게 점주]
    (1.2km 정도 되는데?)
    "거의 첫 번째로 (나오죠.)"

    주문 위치를 100미터씩 늘려가며 검색해봐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1.7km 떨어진 지점에서 주문했더니, 갑자기 이 만두 가게가 목록에서 안 보입니다.

    "스물셋 스물넷‥"

    결국, 음식점 검색 화면을 92번 내리자 460번째로 이 만두가게가 나타납니다.

    [만두 가게 점주]
    "아예 검색이 안 되는 거죠. 아까 다 460번 벗어나 버리면 누가 그거 보겠어요."

    근처의 인기 있는 한 김밥집입니다.

    마찬가지로 거리를 늘려가며 주문해봤습니다.

    처음엔 두세 번째로 검색되다가 갑자기 82번째로 뚝 떨어집니다.

    검색 순위가 급변한 건 정확히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문했을 때였습니다.

    이 김밥집도 지난해부터 단건배달 서비스에 가입했습니다.

    [김밥 가게 점주]
    "작년까지만 해도 주문이 많이 왔던 동네에서 주문이 갑자기 끊기면, 하루 매출 한 80(만원) 정도 하다가 거의 한 반토막‥"

    이에 대해 배달의 민족은 고객을 위해 더 가까운 가게를 먼저 노출시키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배달원들의 수급이나 날씨에 따라 노출 반경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만두 가게로 검색해도 치킨이나 마라탕집이 먼저 나오고, 별점조차 없는 가게가 먼저 노출됩니다.

    고객의 요구에도 맞지도 않을뿐더러 인위적으로 특정 음식점만 검색순위 밖으로 밀어버리는 셈입니다.

    저희는 서울 시내 6개 음식점을 골라 해당 앱에서 어떻게 검색되는지 일주일 이상 일일이 추적해봤습니다.

    특이하게도 모든 가게의 검색 순위가 1.5km 거리만 벗어나면 어김없이 주문이 사실상 불가능한 순서로 확 밀려났습니다.

    계약은 반경 4km인데 실제는 1.5km 안팎으로 주문을 묶어 둔 셈입니다.

    사라진 권역만큼 매출도 줄고 검색으로 들어올 미래 고객도 잃게 되는 겁니다.

    피해는 수수료와 배달비를 내는 음식점주들 몫입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설계한 기묘한 배달 알고리즘은 또 있습니다.

    바로 눈앞의 음식점이 아예 검색되지 않는 이유, 왜 그런지 따져봤습니다.

    '단건 배달' 서비스에 가입한 서울 중구의 찜닭 점문점.

    네거리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서 음식 주문을 해봤습니다.

    배달검색에 전혀 나오질 않습니다.

    [찜닭집 점주]
    "제 지인이 어, 왜 배민원은 안 돼? (가게로) 전화가 오기도 하고‥"

    이 찜닭집은 아파트에서 고작 1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배민에 항의했더니 원래 안 된다고 합니다.

    [찜닭집 점주]
    "배민측에서 안 된다고, 라이더스(배달) 구역이 다르니까‥"

    알고 보니, 배달구역이란 게 설정돼 있어서 그 구역 밖에서는 검색이나 주문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기준이 이상합니다.

    행정구역 상 이 찜닭집은 중구의 끝자락에 있습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편 성동구에선 배달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겁니다.

    점주는 계약 때도 이런 큰 제약이 있는 지 전혀 통보 받지 못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서울의 구를 몇개씩 묶어 5개의 배달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찜닭집은 배달구역 기준 탓에 주문 가능지역이 절반으로 줄어든데다 또 1.5km 이상 떨어진 지역의 주문까지 사실상 차단당하고 있습니다.

    결국 배달 주문을 받는 대상 지역은 애초 광고의 6.4%에 불과합니다.

    구 경계에 있는 음식점들은 모두 비슷한 처지입니다.

    [구 경계 지역 음식점]
    "(배달구역) 경계선에 있는 가게들은 배달상권의 절반을 포기해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저희는 사실 이 앱 의존도가 거의 100%이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배민 측이 이렇게 마음대로 배달권역을 줄이는 건 먼거리 배달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단건 배달' 경쟁이 불붙으면서 배달원들이 꺼리는 먼거리 배달엔 프로모션 등 배달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김상훈/창업 컨설턴트]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돼 있는지 그리고 계약상 그 조건이 정확히 적용되고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앞세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의심 행위는 늘고 있지만, 음식점주를 보호할 법적 규제 장치는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 : 김우람 독고명/영상편집 : 배우진 류다예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