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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천막지붕에 곰팡이집‥아동 10명 중 1명 '주거빈곤', 대책은?

[바로간다] 천막지붕에 곰팡이집‥아동 10명 중 1명 '주거빈곤', 대책은?
입력 2022-03-17 20:37 | 수정 2022-03-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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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김지인 기자입니다.

    코로나19로 이른바 '집콕' 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제대로 된 지붕 하나 없는 집에서 바퀴벌레, 곰팡이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에는 엄연히 최소한의 주거기준이 명시돼 있지만, 아동 10명 중 1명은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집에서 살고 있는데요.

    그 현장을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깨진 기와지붕엔 천을 덮어놨습니다.

    얼기설기 천을 고정시키는 건 폐타이어와 빨래 건조대입니다.

    낡은 대문 안쪽,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좁은 거실엔 잡동사니가 가득합니다.

    선물 받은 컴퓨터로 게임에 열중인 12살 지윤이(가명).

    지붕에서 물이 새고, 방에서 벌레가 나오는 36년 된 이 집에서, 이모와 20대 사촌오빠와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지윤(가명)]
    "잘 때 바퀴벌레가 이렇게 위에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울고 있는데 오빠가 갑자기 잡아줬어요."

    너무 좁아 3식구가 밥도 따로 먹습니다.

    [이모]
    "거실에 탁자 위에 인덕션이 있어요. 거기서 찌개 끓이고."

    집 밖에 있는 화장실은 고장 났고,

    "물 내리는 게 고장이 나서…"

    세수는 세탁기 옆 수도에서 합니다.

    "앗 차가워, 어쩔 수 없지…"

    지윤이는 친구들의 집이 부럽습니다.

    [지윤(가명)]
    "그냥 다 달랐어요. 부러웠어요. 그냥 다 부러웠어요. 비 오면 정전 안 당하고, 방도 따로따로 있잖아요."

    이모는 사춘기인 지윤이가 걱정되지만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지윤(가명)]
    "(평소에 집에서) 유튜브나 게임만 해요. 할 게 없으니까."

    [이모]
    "여자아이니까 아무래도 자주 씻어야 되고… 돈이 없으니까 이사를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우리나라 주택법에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저주거기준'이 명시돼 있습니다.

    전용 입식 부엌, 전용 수세식화장실과 목욕시설이 있어야 하고 6세 이상의 아동이 있는 경우 부모와 분리된 방도 갖춰야 합니다.

    거주 인원에 따라 최소 주거면적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최소한의 기준도 갖추지 못한 집에서 사는 아동은 94만여 명, 전체의 10%에 이릅니다.

    상가 건물 2층, 가게 사이 좁은 셔터문을 지나 어둡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지적 장애가 있는 11살 민우와 14살 경은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 집이 나옵니다.

    시장 골목이라 낯선 사람이 불쑥불쑥 들어오기도 합니다.

    [할머니]
    "누가 화장실인 줄 알고 들어와서 집에. (그런 적이) 많이 있었어요. 저도 소스라치게 놀랐거든요."

    월세보증금 2백만 원, 40년도 더 된 집은 곰팡이에 점령당했습니다.

    [할머니]
    "집 곳곳이 누수가 많이…어떨 때는 우산을 쓰고 나갈 정도로 비가 새거든요."

    아이들은 기침을 달고 살고, 난방이 안 돼 4식구가 한 방에서 지냅니다.

    [경은(가명)]
    "쟤(동생)가 볼까 봐. 다 문 닫고 부엌에서 (옷을) 갈아입거나…그냥 제 방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열악한 주거 환경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장애 경험 비율이 3배나 높고, 신체 균형 발달도 안 돼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많이 나가 비만도 지수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권태훈/초록우산어린이재단 팀장]
    "단순하게 그냥 먹고 사는 문제, 그런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학교 다음으로 가장 생활을 많이 하는 공간이잖아요."

    정부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3년 전 대책을 내놨습니다.

    2020년부터 아동 2명 이상과 사는 부부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임대주택을 새로 공급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지난 2년 동안 이 혜택을 받은 건 단 5천2백가구뿐.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구가 22만 가구에 이르는 현실에 비춰봤을 때 지원 대상이 너무 적다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조건도 너무 까다롭습니다.

    저소득과 최저 주거기준 미달 상태에서 2자녀 이상이어야 하고, 친인척 보호자인 경우엔 신청조차 안 됩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실질적으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저희가 분석을 해보면 가장 문제는 (자녀가) 1명인 한부모 가정이 제일 문제더라고요."

    10달 전 갑작스러운 병으로 월세 보증금 9백만 원을 모두 까먹고 고2 딸과 길거리에 나앉게 된 미선씨.

    그 역시 자녀가 1명뿐이라 다자녀가구 임대주택은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7제곱미터가 안되는 고시원으로 들어왔습니다.

    [딸]
    "또래가 보는 것 자체가 무섭고 친구가 저한테 담배냄새가 난다는 거예요. 그때가 제일 당황스러웠는데…"

    우등생으로 간호사가 꿈인 딸은 친구 집에 신세를 지며 성적도 곤두박질쳤습니다.

    [딸]
    "3등에서 30등 했어요. 점수 나오는 것 보기 싫어서 안보고…"

    [김미선(가명)]
    "애는 애대로 막 속상해서 성적 떨어졌다고 울고. 난 나대로 미안하고. 진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더라고요."

    절망적인 순간, 미 선씨는 그나마 한 재단의 도움으로 며칠 전 방 3개짜리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서울시가 재단과 함께 주거빈곤 아동 가구에게 매입 임대주택을 제공하는데, 보증금뿐 아니라 이사비까지 지원한 겁니다.

    [딸]
    "가장 하고 싶은 건 제 방 꾸미는 걸 하고 싶어요. 책장에 책 제대로 꽂아두고 방 예쁘게 꾸미고."

    [임세희/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말이 없던 아이가 말이 많아지고, 그 전에 '꿈이 뭐니'라고 물어봤을 때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던 아이가 이사한 다음에 만나 보면 꿈을 이야기하더라고요."

    하지만 서울시처럼 아동 주거 지원을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전국에 3곳뿐입니다.

    바로간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김희건, 나경운/영상편집: 김하은/그래픽: 이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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