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신축공사장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이르면 다음 주, 소방청과 유관기관들의 합동조사가 마무리되고 그 결과가 나올 텐데요.
평택 화재뿐 아니라 최근 소방관들의 순직 사고가 잇따르는 데에는 지휘관들의 경험 부족도 원인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 속으로, 조재영 기잡니다.
◀ 리포트 ▶
한밤중 냉동창고 신축공사장에서 시작된 불.
연면적 19만 제곱미터, 축구장 28개 넓이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불길이 갑자기 다시 커졌습니다.
[화재 목격자]
"연기가 그렇게 안 났었는데, (오전) 9시 좀 넘어서 아주 폭탄 터지듯 올라가고‥"
3명이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현장 지휘는 제대로 된 걸까.
밤 11시46분부터 다음날 오전 10시28분까지 상황이 담긴 녹취록 입니다.
작전을 총괄 지휘했던 해당 소방서장이 무전으로 직접 지시한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송탄하나장', 즉 송탄소방서장이 새벽 1시 10분, 현장에 도착해 "현시간부로 지휘권을 인수한다"는 무전을 합니다.
하지만 그 뒤로 8시간이 지난 오전 9시 11분, 대원들에게 "전부 바깥으로 나오라"고 지시할 때까지 서장의 직접 무전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송현대/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변인]
"송탄(소방)서장은 뭘 했냐, 이 무전을 보면 하나도 없거든요."
'방수포로 진압하라', '공기호흡기를 교체하라' 같은 세세한 지휘는 모두 서장보다 아래인 지휘조사팀장이 했습니다.
송탄소방서 측은 서장이 현장에서 여러 번 회의를 직접 소집했고, 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송탄소방서 관계자]
"워낙 현장이 넓고, 그때그때마다 계속 서장님이 모든 걸 다 관리할 수가 없잖아요. (서장이) 필요한 사항 같은 거를 구두로 그렇게 하면 이제 단장이 무전을 하고‥"
하지만 서장이 직접 무전으로 지휘하는 게 더 절차에 맞다고 전문가도 지적했습니다.
[박영석/선문대학교 교수(전 소방관)]
"보통 서장님이 그 현장을 이제 인수하게 되면, 통제권이 이양되게 되면 대부분 서장님들이 지시를 하시죠."
서장의 현장 경력이 짧다보니, 실무자에게 맡긴 것 같다는 게 노조 주장입니다.
[송현대/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변인]
"간부들, 소위 말하면 현장 지휘 일선에서는 소방령 이상, 이런 사람들의 현장 경력을 놓고 볼 때 너무 부족하다‥ 구조적인 문제인 거죠."
현재 소방령 이상 소방 간부들의 현장경력은 평균 10개월, 채 1년이 되지 않습니다.
119안전센터 팀장인 소방위의 경력이 보통 20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지휘관 경력이 지휘 대상자보다 훨씬 짧은 겁니다.
책임자들이 현장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거나 떠넘길 경우, 피해는 대원들에게 돌아갑니다.
[김주형/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장]
"경험이 있으신 분이 지휘를 하는 거랑 경험이 없으신 분이 지휘를 하는 거랑 '정말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그 정도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차이가 나거든요."
작년 6월 울산과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올해 초 평택까지, 최근 10년간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관이 55명입니다.
후배들의 희생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며, 전직 소방서장 30여명도 이례적으로 국회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이들은 "소방관들의 승진이 현장 경험과 무관하게 결정되는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성근/전직 소방서장(지난 1월, 국회 기자회견)]
"지금의 현실은 현장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최일선 소방지휘관의 잘못된 지휘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소방청 자체 조사에서는 10명 중 6명이 현행 간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10년 이상 현장 경험이 있어야 지휘관이 될 수 있게 하자는 법안도 최근 발의됐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백승 최인규 전승현/영상편집 :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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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재영
[사건속으로] 간부 현장 경력은 10개월‥"소방관들 목숨이 위태롭다"
[사건속으로] 간부 현장 경력은 10개월‥"소방관들 목숨이 위태롭다"
입력
2022-03-19 20:28
|
수정 2022-03-1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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