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펀드부실' 재판 중에도‥하나은행 회장 선임?

◀ 앵커 ▶

이번 주에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 끄는 건 10년 만에 회장이 바뀌는 하나금융지주입니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현 부회장을 회장으로 내정하고 오는 금요일 주총에서 선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책임자로 재판을 받고 있고, 펀드 부실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임원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은 인물입니다.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먼저 김세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채용비리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미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함 부회장이 가슴을 쓸어내릴 판결이었습니다.

[함영주/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재판 결과를 저희 소중한 주주님들께 더 상세하게 보고도 드리고 설명도 드려서 앞으로 주총을 무난히 이끌어 갈 수 있도록…"

2016년 터져 나온 시중 은행들의 채용비리 사건.

검찰 수사결과 하나은행 지원자의 이름 옆에 한자로 장(長)이라는 글자가 쓰인 서류가 나왔습니다.

장은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을 뜻합니다.

하나은행은 은행장 추천 리스트에 오른 지원자들을 전형 단계별로 슬그머니 합격자 명단에 끼워 넣었습니다.

성적대로 뽑은 사람들을 탈락시키고 이른바 스카이대학 출신들을 대신 채워넣었는가 하면, 남녀 성비를 4:1로 맞춰 합격선의 여성들을 떨어뜨렸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함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인사 담당 실무자들이 행장 지시가 아니라, 자기들이 알아서 한 거라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정민영/채용비리 피해자 변호인]
"이런 일들은 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함영주 당시 행장의 지시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함영주 부회장은 복병을 또 만났습니다.

DLF라는 위험한 펀드를 제대로 설명도 없이 판매한 책임을 물어, 금융당국이 함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렸습니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함 부회장은 소송을 냈지만, 지난주 1심 재판부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회장 결격 사유가 생긴 겁니다.

그런데도 하나금융은 함 부회장을 회장으로 내정하고, 이번 주 금요일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 국회 정무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함 회장의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오기형/국회 정무위원]
"함영주 부회장은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합니다. 감독 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임원이 지주회사의 후보로,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하나금융 그룹과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반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나금융 지분 9%를 가진 최대 주주 국민연금은 주총 전날인 24일 수탁자위원회를 열어, 반대표를 던질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MBC 뉴스 김세로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 영상편집: 송지원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