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작년 11월 말 전봇대에 혼자 올라갔다가 2만 볼트 특 고압에 감전돼 세상을 떠난 고 김다운 씨.
MBC의 보도로 그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지자, 한국전력은 앞으로 전봇대에 절연 차량 없이 사람이 직접 올라가는 작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도심에선 사람이 올라가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전봇대가 많아서, 결국 한 달 만에 말을 바꿨는데요.
대신 새로운 안전 지침을 만들었는데, 이마저도 부실하고, 오히려 작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건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작년 11월, 전봇대 위에 맨손으로 혼자 홀라 2만 볼트 전류에 감전돼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고 김다운 씨.
한국전력은 사장이 직접 고개를 숙이면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 차량 없이 사람이 직접 올라가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정승일/한국전력공사 사장]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그런데 한전은 한 달 만에 전봇대에 작업자가 올라가는 작업을 다시 시범운영한다는 공문을 하청업체에 내려보냈습니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대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대도시는 길목이 좁고 전선이 복잡하게 얽힌 경우가 많아 절연이 되는 '활선차' 들어갈 수 없는 현장이 너무 많습니다.
[이근도/건설노조 전기분과 서울 부지부장]
"(도심은) 거의 다 변압기 걸려있고, 막 하늘이 안 쳐다보일 정도로 이렇게 복잡한 데가 많아서… 바가지(활선차)만 가지고 안 된단 얘기예요."
대신 반드시 '2인 1조'로 하면서 추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시연회도 열었습니다.
[한국전력 직원(지난 2월 시연회)]
"'전주 승주'(전봇대에 오르는) 작업하시는 우리 정비원들이 어떻게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전봇대 작업자와 지상 작업자를 빨간 끈으로 연결한 뒤,
"체결 완료!"
작업자가 올라가면서 2미터 간격으로 전봇대에 별도의 끈을 묶어 이 빨간 끈을 연결해 두는 방식입니다.
전봇대 작업자가 추락해도, 땅에 있는 작업자가 빨간 끈을 잡아당겨, 추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지침을 두고도 현장 상황을 모른다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전선과 나뭇가지까지 어지럽게 엉켜 있는데요.
노동자들은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한전이 정한 지침대로 작업을 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상 작업자는 전봇대 작업자가 추락하면, 자신도 끌려갈 것 같다고 합니다.
[현장 전기노동자]
"(전봇대 작업자가) 갑자기 툭 떨어졌을 때 내가 밀려갈 수 있다는 얘기죠. 무게에 의해서… 완전히 공중에 떠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견디질 못하죠."
또 전봇대가 무너지는 등 급하게 내려와야 하는 상황에선 묶어둔 끈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장 전기노동자]
"이것만 풀면 뛰어내리거나 탈출할 수가 있는데, 끼워놨을 때는 벗고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양대 노총 전기노동자들은, 2인 1조로 작업을 하더라도 몸을 묶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일주일 전부터 전봇대 작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이에 대해 "노동자들과 협의해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나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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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건휘
대책 발표 한 달 만에‥한전 "다시 전봇대 올라가라"
대책 발표 한 달 만에‥한전 "다시 전봇대 올라가라"
입력
2022-03-23 20:26
|
수정 2022-03-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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