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돈을 안 주고 버티는 이른바 '나쁜 부모들'은 법원 직권으로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 조치나 더 강력한 제재를 결정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만약 대상자가 그냥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리면 이런 제재 조치들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양육비를 못 받고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들의 호소를 김정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파란색·빨간색 자전거를 타고 있는 5살·6살 연년생 형제.
29살 안모씨가 혼자 키우는 아이들입니다.
지난 2019년, 안씨는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은 남편과, 소송 끝에 이혼했고 갓 태어난 둘째까지 혼자 맡았습니다.
당시 법원은 전 남편에게 두 아들에 대한 양육비 각각 50만원씩,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전 남편은 돈을 보내지 않았고, 법원의 이행 명령으로 통장이 압류되자, 그제야 밀린 6개월치, 6백만원을 보냈습니다.
[안 모씨]
"'나도 힘들다. 나도 진짜 생활하기 빠듯하다' 그렇게만 얘기 했었어요. '(애들) 잘 크냐' 그런 것도 없었고…"
양육비를 보낸 건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안씨는 또, 6개월 넘게 양육비를 주지 않은 전 남편에 대해 감치 명령을 신청했습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나쁜 부모'를 최대 한달까지 '감치', 즉 유치장에 가둘 수 있도록 한 법조항을 이용한 겁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전 남편이 주소를 숨기고 잠적해 버려, 법원이 감치 서류조차 전달하지 못한 겁니다.
[안 씨]
"실거주지로 보냈을 때도 아예 안 받았고, '직장을 그만뒀다'고 '직장에서 이런 사람 없다'고‥"
법원이 감치를 명령하자, 이를 피해 잠적한 황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상자를 유치장에 가두려 해도, 가둘 사람을 못 찾은 겁니다.
[김 모씨]
"주소 사실 조회를 다시 신청한 (사례거든요) 지금 나이에 50이 다 돼가는데 양육비 미지급을 아직도‥"
작년부터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가 감치를 명령할 경우, 판사 재량에 따라 운전면허 정지나 출국금지 등 추가로 더 강한 제재를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감치 대상자가 잠적해 버리면, 제도 자체가 아무 소용이 없다보니, 실제로 유치장에 갇힌 '나쁜 부모'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도윤/양육비해결총연합회 부대표]
"실제 감치 집행은 감치인용 건수의 4%, 다시 말해 96%가 집행 실패라는 결과가…"
법원이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해도, 실제 양육비를 받는 건 2~30%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육비를 못 받고 홀로 아이를 키운 부모들은, 아이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감치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애들한테 들어가는 생활비조차 없으면, 이거는 애들이 먹지도 않고 크지도 말라는 거죠.
MBC뉴스 김정우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 장영근/영상편집 :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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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정우
양육비 미지급 유치장 가두려 해도‥잠적하면 무용지물?!
양육비 미지급 유치장 가두려 해도‥잠적하면 무용지물?!
입력
2022-03-26 20:31
|
수정 2022-03-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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