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권을 위해서 필수적인 지하철 승강기.
서울의 경우 설치율이 90%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설치된 승강기 중에서 아예 가동되지 않거나 몇 시간만 가동되는 게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이동경 기자가 가서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1호선과 3호선, 5호선이 교차해 출구만 16곳에 달하는 서울지하철 종로3가역.
설치된 엘리베이터 3개 가운데 한 곳입니다.
문과 유리창이 얼룩투성이고, 글자는 곳곳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동 버튼은 눌러봐도 먹통입니다.
지하로 내려가 봤더니 엘리베이터 유리에 쩍쩍 금이 가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설치됐지만, 6년만 가동됐고 올해로 12년째 운행이 중단된 겁니다.
[장영순/종로3가역 승객]
"늙은이가 불편하지. 타고 다니기 힘든데. 그 전에는 이(엘리베이터) 안으로 해서 갔는데‥"
3호선 남부터미널역도 비슷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폐쇄' 안내가 붙어있고, 장애물까지 세워 접근을 차단했습니다.
장애물 뒤로는 버려진 쓰레기가 수북합니다.
운행이 정지된 건 지난 2007년 7월.
15년째 도시의 흉물로 전락해 버린 겁니다.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건대입구역의 엘리베이터는 가동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평일 오전 6시부터 8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단 4시간이고 주말과 공휴일엔 멈춥니다.
시민들은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옥이/건대입구역 승객]
(시간대로 운행해요?)
"안 해요, 안 해. 전혀 안 해. 지하철 타고 다니기가 너무 불편해요."
공통점은 소유주가 민간 건물주라는 점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출구를 건물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주는 대신, 승강기의 설치와 유지·보수를 건물주가 맡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주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방치하거나 일부만 가동하는 승강기가 생겨난 겁니다.
[CG] 이렇게 민간 운영 방식의 승강기 96대 가운데 12대는 미가동, 2대가 일부 가동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역은 7곳인데, 이 중 여섯 군데가 환승역입니다.
피해는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돌아갑니다.
특히 장애인들의 경우는 기다리기 일쑤인 콜택시나 보급률이 30% 아래인 저상버스 대신 엘리베이터가 있는 지하철을 선호합니다.
[고경호/지체장애인]
"(장애인)콜택시들이 지역 외에 시외로 나가면 좀 잘 안 걸려요. (지하철 같은) 확실한 수단으로 이제 선택하다 보니까 이렇게 되는 거예요."
승강기 설치율이 90%를 넘는다고 해도 내 집, 내 근무지 앞의 승강기가 먹통이라면 거기에 의존하는 장애인들에겐 치명적이라는 겁니다.
[김명학/지체장애인]
"(지하철)엘리베이터가 장애인, 특히 중증 장애에 필요한 것은, 그게 있어야 지하철 탈 수 있고 이동할 수 있으니까 중요하고. 그거 없으면 그냥 눈앞에 있어도 못 타니까."
서울교통공사는 시설을 방치하는 건물주에게 소송 절차를 밟고 있고, 일부 역에 대해선 대체 승강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동경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나경운/영상편집 :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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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동경
서울지하철 승강기 곳곳 '먹통'‥장애인 발도 묶인다
서울지하철 승강기 곳곳 '먹통'‥장애인 발도 묶인다
입력
2022-03-31 20:26
|
수정 2022-03-3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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