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택시기사들의 과로와 난폭운전의 원인으로 꼽히는 법인택시 사납금 제도.
그래서 국회는 2년 전에 사납금제 대신, 택시 완전 월급제를 도입하도록 법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저희가 돌아본 현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택시노동자 명재형 씨는 정부 청사 앞에서 300일 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N이슈, 차주혁 기잡니다.
◀ 리포트 ▶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 세워진 지상 15미터 높이의 망루.
부산에서 온 택시노동자 명재형 씨를 만나려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여기 올라온지 벌써 300일입니다.
[명재형/부산 택시노동자]
"57세, 65년생이에요. 제가 제일 어립니다, 여기서. 그래서 제가 올라오게 된 거죠. 나이가 60, 70인 사람이 올라오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이번 겨울 같은 경우는 얼어 죽기 십상이더라고요."
명 씨의 요구는 택시 완전월급제입니다.
2020년 1월 1일, 택시 월급제를 도입하는 법이 시행됐습니다.
사납금제는 과로와 난폭운전의 주범이었습니다.
택시기사가 하루에 번 돈 중 정해진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돈을 자기가 가져갑니다.
이러니 과로, 승차거부, 난폭운전을 합니다.
반면 택시기사가 정해진 월급을 받으면, 과로나 난폭운전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법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전라북도 전주시의 한 택시회사.
매일 회사에 내던 13만4천원의 사납금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대신 기준금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한 달 기준금은 420만 원.
이걸 못 채우면 월급에서 깎습니다.
사납금과 다를 게 없습니다.
[김종호/전주 법인택시 기사]
"이름만 기준금이지 실제는 사납금이에요. 지금 전주 시내에는 다 100% 지금 다 이 기준금이라는 게 다 있습니다. 다 있어요."
기준금을 다 채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수영/전주 법인택시 기사]
"이 정도 찍으려면요, 새벽 4시까지는 무조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돈이 올라가요."
기준금을 못 채우면 회사는 배차 시간을 확 줄입니다.
하루 5시간 차를 내주고 1시간 반은 강제로 쉬게 합니다.
그리고 그 3시간 반만큼의 최저임금 96만원만 월급으로 줍니다.
[김종호/전주 법인택시 기사]
"지금 메뉴판 보시면 김치찌개 8천 원이잖아요. 20번만 먹어도 16만 원인데 집에 가져갈 건 하나도 없다고. 그래서 밥은 먹고 싶지만 솔직히 참 너무 창피한데 그냥 컵라면으로 많이 떼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준금, 상생협약금,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전국 택시회사의 90%가 이런 꼼수 사납금 제도를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명재형 씨가 일하는 부산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손님 태운 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택시회사도 있습니다.
[명재형/고공농성 300일]
"말 그대로 택시는 배회 영업 아닙니까. 손님을 찾아다녀야 돼. 그렇지 않습니까. 콜을 받더라도 우리가 뛰어가야 돼. 그런데 왜 그게 노동 시간이 아니냔 말이야. 그렇잖아요."
택시 월급제 도입은, 또 다른 택시노동자 김재주 씨의 고공농성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꼬박 510일 동안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있었습니다.
[김재주/고공농성 510일]
"무늬는 월급제예요. 무늬는 월급제인데 딱 2시간반, 3시간반 이렇게 정해놓고 월 기준금이라고 하는 것을 400에서 450 사이를 정해놔요."
그렇게 어렵게 택시 월급제가 도입됐지만, 꼼수가 판치고 있는 겁니다.
택시기사에게 주40시간 노동을 보장하는 법의 시행이, 택시업계의 반발에 막혀 5년간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명재형/고공농성 300일]
"내일이라도 당장 시행해라. 이 싸움 접고 싶으면은 내일이라도 당장 해라. 여기서 내려가서 난 노예 생활 더 못합니다. 앞으로는 더 못합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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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노동N이슈] 택시기사 명재형 씨의 300일 고공농성, 그는 왜 망루에 올라갔나?
[노동N이슈] 택시기사 명재형 씨의 300일 고공농성, 그는 왜 망루에 올라갔나?
입력
2022-04-0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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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2-04-0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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