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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류현준, 김민욱

[집중취재M] 해발 1천 미터 '숯이 된 숲'을 가다

[집중취재M] 해발 1천 미터 '숯이 된 숲'을 가다
입력 2022-04-08 20:00 | 수정 2022-04-0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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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울진 삼척 산불, 불은 꺼졌지만, 숲은 잿더미로 변해 버렸고, 검게 불탄 자리는 이렇게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축구장보다 2만배나 넓은 이 땅을 자연적 치유에 맡겨둘지, 아니면 사람이 나무를 심어서 인위적인 방법으로 숲을 조성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저희 취재팀이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울진·삼척 산불의 심장부로 들어가서 그 해답을 찾아봤습니다.

    기후환경팀 류현준, 김민욱 기자가 차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잿더미로 변한 숲.

    검게 탄 줄기만 남은 나무들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경북 울진군 북면 산불 피해지역.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흙과 재가 뒤섞인 땅에 발이 푹푹 빠집니다.

    나무들은 선채로 숯이 됐습니다.

    [류현준/경북 울진]
    "겉보기에 멀쩡한 이 나무도 안쪽까지 완전히 타버려 만지자마자 재가 되어 바람에 날라갑니다."

    직접적인 불길을 피한 소나무들의 잎도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주변 땅바닥의 낙엽과 흙을 태우는 불이 지나가기만 해도 나무들은 서서히 죽어갑니다.

    [장창석/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복원팀장]
    "시일이 지나면 이제 점점 고사가 진행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거든요. 그래서 많게는 3년 이후에 나무가 고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체 산불 피해지역의 20%인 4천 헥타아르 정도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보호받던 곳입니다.

    그 중심지인 응봉산에 올라가 봤습니다.

    소나무숲은 대부분 불에 탔고, 토종 희귀식물인 꼬리진달래도 말라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해발 998미터.

    지금까지 많은 산불이 났지만 해발 1천미터 부근까지 불길에 휩싸인 건 처음입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침엽수 위주의 수종에다 험준한 지형까지 합세해 불길을 키웠습니다.

    불을 맞은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노란 야생화가 꽃망울을 내민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입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응봉산 일대는) 인간의 인위적인 개발이나 간섭 없이 금강소나무와 산양이 가장 안정적으로 보호돼왔던 그런 곳입니다."

    숲이 사라지면 숲에서 살아가던 동물들도 터전을 잃습니다.

    지난 3일 밤 울진 산불 피해지역에 마련된 먹이 급이대에 촬영된 멸종위기종 산양.

    요즘은 산양이 짝짓기와 임신을 하는 시기지만 먹이가 되는 식물들이 모두 타버렸습니다.

    [김상미/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군지회 사무국장]
    "지금 바닥에 하층 식물들이 안 올라와요. 이 초봄에는 하층 식물이랑 관목에 나는 어린잎들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동식물 뿐 아니라 토양의 유기물층 피해까지 원상 복구되려면 최소 1백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시커멓게 변해버린 숲은 다시 푸른 빛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이번 산불 피해 복원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지 이어서 김민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996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서 큰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이곳에서는 20년 넘게 일종의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피해지역을 반으로 나눠 각각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을 실시하고 아직까지도 추적 관찰을 하고 있습니다.

    [김민욱/강원 고성]
    "이 길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 숲의 모습이 많이 다르죠?"

    왼쪽은 산불 이후에 손을 대지 않는 자연복원이 진행된 곳이고요.

    오른쪽은 소나무를 일부러 심어서 복원한 지역입니다.

    참나무가 자연적으로 자란 자연복원지와 인공조림지 모두 이제 제법 안정적인 숲이 됐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자연 101% 인공 87%
    지난 2006년부터 5년 동안 조사 결과 자연복원 지역에서 보다 다양한 종류의 조류가 관찰된 겁니다.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자연복원지역의 생물다양성이 인공복원지역보다 다소 우수한 편입니다.

    인공조림 과정에서 중장비 등에 의한 2차 피해나 지속적인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요즘은 자연복원의 장점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정연숙/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
    "70년대 조림하던 시대와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숲은 그대로 두면 거의 대부분의 숲이 자연적으로 복원이 됩니다."

    울진 산불의 경우 산림 당국 역시 자연 복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공 조림도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유지의 경우는 소유주가 자연복원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산사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응급복구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임상섭/산림청 산림보호국장(지난달 31일)]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복구 조림을 실시하여 임산물 생산과 목재 생산을 위한 산림을 조기에 복원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곳에만 제한적으로 인공복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연숙/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
    "숲은 산주의 것만이 아니라 생태계로서 공익적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인식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피해지역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수입니다.

    [강원석/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연구사]
    "자연 복원을 해야할 곳과 인공 복원으로 나눠야 할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중심부인 응봉산 정상 부근입니다.

    해발 1천미터에 가까운 곳이지만 이곳도 보시는 것처럼 잿더미로 변해버렸습니다.

    정밀한 피해조사와 심도있는 복원 논의가 이뤄져야 이곳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장영근·임지수/영상제공 : 국립산림과학원/영상편집 : 김진수·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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