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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곳곳에 눈물 자국"‥올가의 '전쟁 일기'

"그림 곳곳에 눈물 자국"‥올가의 '전쟁 일기'
입력 2022-04-25 20:25 | 수정 2022-04-2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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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50일 넘는 전쟁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이들의 삶도 무너졌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한 그림책 작가가 연필 한 자루로 그 참상을 기록했는데요.

    전쟁 중단을 호소하기 위해 '전쟁일기'를 썼다는 작가를 김정인 기자가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이연실/이야기장수 대표]
    "처음에 한 독자님께 일종의 제보를 받은 것인데요. 피난과 전쟁의 모습들을 노트에 연필 그림 하나로 그리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2월 28일. 미사일이 옆집에 떨어졌다. 두려움은 아랫배를 쥐어짠다."

    작가가 살았던 하르키우에 무차별 폭격이 이어졌고, 그는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 딸과 아들의 팔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올가 그레벤니크/<전쟁일기> 작가]
    "'엄마, 지금 뭐 적는 거야?'라고 물어서 '지금 너의 이름을 적고 있는 거야'라고 답해줬어요. 그러자 딸 아이가 '무슨 놀이하는 건데?'라고 물어서, '전쟁이라는 놀이를 하고 있는 거란다'라고…"

    "3월 1일. 지하 생활 6일 만에 우린 바퀴벌레가 되어버렸다."

    방공호가 된 지하실에서 아이들은 초콜릿 한 조각도 아껴 먹고, 벽에 꽃과 동물을 그리며 평화라고 적었습니다.

    [올가 그레벤니크/<전쟁일기> 작가]
    "딸아이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라면 다 얘기를 안 하려고 하고 피해요. 지금도 밖에 나가면 나뭇잎을 떼 (소원을 빌며) '전쟁아, 끝나라' 이렇게 소리 지르곤 합니다."

    결국 떠난 피난길.

    거동이 불편한 외조부·외조모를 두고 갈 수 없다는 엄마와 헤어졌고, 징집령 때문에 남편과도 이별했습니다.

    [올가 그레벤니크/<전쟁일기> 작가]
    "가장 슬픈 장면은 남편과 작별 인사하는 장면인데 여기 와서 완성한 것이라 그리면서 많이 울어서 그림 곳곳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일기처럼 쓴 그의 글과 그림은 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한국의 출판사는 휴대전화로 그림을 받아 2주 만에 책으로 펴냈습니다.

    [이연실/이야기장수 대표]
    "연필 하나로 그 폭격과 탱크에 맞서서 어떻게 보면 자신의 존재를 알린 기록이잖아요. 이것들이 더 알려져서…"

    작가는 말합니다.

    "전쟁에는 승리자가 없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의 커다란 구멍만 남는다"고..

    MBC 뉴스 김정인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나경운 / 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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