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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법무법인 A'의 정체는? 기자가 직접 추적해보니‥

[바로간다] '법무법인 A'의 정체는? 기자가 직접 추적해보니‥
입력 2022-04-25 20:29 | 수정 2022-04-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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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손하늘입니다.

    정규직 비서를 뽑는다던 법률사무소가 사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는 뉴스, 기억하실 겁니다.

    [김정우(4/13)]
    "잠시 후 봉투를 든 또 다른 여성이 다가오더니 뭔가를 건네려 합니다. 그러자 잠복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이 현장으로 달려옵니다."

    경찰에 적발되고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이들의 피싱 사기는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치밀해져서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바로 추적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취업 준비생인 20대 여성 조 모 씨에게 '법률사무소'라며 접근한 문제의 보이스피싱 조직.

    [조OO / 보이스피싱 신고자]
    "이력서를 알바OO에 올렸는데, 변호사 비서직인데 혹시 일할 수 있느냐. 온라인으로만 면접 진행하고, 의뢰인들 만나서 의뢰금 받아오고 하는 게 주 업무라고‥"

    하지만 사업자 등록을 '변호사업'으로 할 수 없었던 게 꼬리를 잡힌 이유가 됐습니다.

    [박OO / 조 씨 친구]
    "그게 '통신판매업'이었어요. 법무법인인데 통신판매업으로 돼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이들 피싱 조직이 사칭한 법률사무소 정보는 지금도 구직 사이트에 남아 있습니다.

    적힌 주소로 찾아가 봤는데, 사무소가 있다는 5349호는 아예 존재하질 않습니다.

    [건물 관계자]
    "퇴실하신 지 오래 되셨는데, 폐업하셨어요."

    문을 닫은 걸까, 어디론가 옮겨간 걸까.

    비슷한 방식으로 범행을 계속할 수 있단 생각에 최근 만들어진 법률사무소 홈페이지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그러던 중 눈에 띈 '법무법인 A'.

    실제 법무법인이 잘 쓰지 않는, '070'으로 시작되는 대표번호가 이상했습니다.

    홈페이지 개설 날짜를 확인해 보니 2022년 4월 12일.

    경찰의 추적을 받던 피싱 조직이 기존 법률사무소 홈페이지를 닫은 다음 날이자, 언론보도 전날입니다.

    혹시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쓰는 명령어, 소스 코드를 분석해 봤습니다.

    "'view-source'를 치고, 이렇게 할 거거든요. (그렇게) 해서 엔터를 치면 소스 (코드)가 나오는데."

    명령어 335줄을 일일이 살펴보던 중, 47번째 줄에서 결정적인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문제의 피싱 조직이 쓰던 법률사무소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가 발견된 겁니다.

    이름만 바꿔서, 또 다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얘깁니다.

    심지어 실제 존재하는 대형 법무법인의 홈페이지 양식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홈페이지 디자인과 소개 글이 똑같고, 변호사들의 사진까지 도용해 가짜 이름과 경력을 갖다 붙인 게 확인됐습니다.

    [법무법인 OO 관계자]
    "이게 뭐야! 여기 왜 OOO 변호사님 얼굴이 들어가 있어? □□□ 변호사님도 우리 변호사님인데, 여기 다른 이름으로 들어가 있네? 사진이 저희 홈페이지에 있는 변호사님들 사진이에요."

    이렇게 '법무법인 A'로 옮겨 탄 피싱 조직은 역시 채권 추심을 빙자해 현금 수거책과 피해자들을 모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마포에 있다는 사무실에 가봤습니다.

    "(법률사무소 직원분들 안 계세요?) ‥"

    법률사무소 간판이 있던 자리는 이렇게 팻말을 뗀 흔적만 남겨져 있고, 문은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고 잠겨 있습니다.

    이들이 쓰는 전화번호만 최소 여섯 개, 수십 번의 시도 끝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파산 상담 때문에 전화번호 남겨져 있는 거 보고 연락드렸는데‥) 아, 파산. 저희가 지금 곧 퇴근시간이라, 내일 담당 변호사님 통해서 전화 드려도 될까요?"

    하지만 다음 날 걸려온 전화는 이랬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여보세요.) 고객님의 한결같은 믿음, 우리가 더 큰 신뢰로 보답하겠습니다. 고객님은 채무조정 대상자이므로 연금리 7% 이내로 최대한도 9천만 원까지 전환대출이 가능하며‥"

    확인 결과 '법무법인 A'는 한 중견 변호사가 운영했다가 개인 사정으로 최근 폐업한 곳이었습니다.

    피싱 조직은 이처럼 폐업 또는 휴업 상태인 법무법인이 인터넷에 남긴 정보를 노려, 사칭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 서부경찰서에 관련 자료를 전달했습니다.

    바로간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이종혁 이지호
    영상편집: 박혜린
    화면제공: 수원 서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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