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김세영 기자입니다.
요즘 배달음식 많이 시켜 드시죠?
하루종일 도로를 달리고 있을 것만 같은 배달노동자들도 틈틈이 쉬어야 할 텐데요.
여러 지자체에서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지만, 정작 배달노동자들은 좀처럼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예산을 썼는데도 여전히 쉴 곳이 없다는 이들은 왜 그런 건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계단을 뛰어 올라가 음식을 내려놓자 곧바로 다시 주문이 들어옵니다.
점심시간이면 쉴 틈 없이 업장과 배달 장소들을 오가길 십여 차례.
숨 가빴던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잠깐 쉴 곳을 찾게 됩니다.
[길기운/배달 노동자]
"점심 피크 시간이라고 하는 시간이 11시부터 2시까지인데, 그 시간에 일을 하고 (난 뒤) 밥을 먹고 한두 시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서울시엔 기운 씨 같은 이동노동자들이 무료로 쉴 수 있는 쉼터 3곳이 있습니다.
마포구의 한 쉼터부터 가봤습니다.
널찍한 규모에 안마기까지 갖춰 쾌적하지만, 배달노동자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쉼터는 5층에 있는데, 밖에 오토바이 주차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길기운/배달 노동자]
"주차할 곳을 찾다가 두어 번 뱅글뱅글 돌고 나서 불법 주차를 하게 되기도 할 것 같더라고요. 일단 불법 주차를 하게 되면 사진을 찍혀서…"
이번엔 서초 쉼터, 오토바이 세울 곳이 없기는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낮에는 닫혀 있고 야간에만 운영됩니다.
대리기사들의 경우는 휴식이 가능하지만 낮에 일이 많은 배달노동자들은 이용 자체가 어렵습니다.
[이병환/배달 노동자]
"저희도 사실 낮에 활용을 해야 하는데 낮에 문을 닫더라고요. (밤에는) 쉬시는 분들이 많이 없거든요."
시청역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쉼터 역시 한산하긴 마찬가지인데, 일대에 배달 수요 자체가 적은 곳이라고 배달 노동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곳 세 곳을 포함해 다섯 곳의 '서울 노동자쉼터'에 들어가는 서울시 예산은 매년 11억여 원.
최근 3년간 배달노동자 수는 4배로 늘었지만 쉼터 한 곳당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여전히 50여 명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 상황도 비슷해서, 23억 원을 들인 경기도 성남의 쉼터는 하루 이용자가 열 명뿐입니다.
그러면 배달노동자들은 어디서 쉴까요?
쉼터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 공원입니다.
화장실과 앉을 수 있는 벤치뿐이지만, 쉬려는 이동 노동자들은 오히려 이곳을 자주 찾습니다.
[김승현/배달 노동자]
"너무 추울 때는 저희가 지하주차장에서 잠시 쉬는 경우들이 있고…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고 하면, 그냥 이곳에 와서 쉴 때도 있습니다."
적지 않게 돈을 들인 멀쩡한 쉼터를 두고 공원이나 놀이터, 거리 구석에서 쉬는 겁니다.
거창한 시설이 필요하다는 게 아닙니다.
컨테이너를 설치해 세운 고양시의 간이 쉼터.
정수기와 작은 소파, 휴대폰 충전기 정도만 있는 무인 시설이지만 이용자 수는 경기도 내 다른 쉼터들의 2.6배에 달합니다.
접근성 좋은 위치에, 주차공간이 있고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인데 경기도가 운영하는 간이 쉼터는 2곳뿐입니다.
[김승현/배달 노동자]
"큰 건물을 지어달라는 게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배달노동자 노조는 쉼터 운영을 개선해달라며 자체 서명운동까지 시작했습니다.
서울시는 2014년, 이동노동자 쉼터 설치 방향으로 '24시간 운영'과 '역세권'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세영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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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세영
[바로간다] 수십억 들였어도‥찾지 않는 '이동노동자 쉼터'
[바로간다] 수십억 들였어도‥찾지 않는 '이동노동자 쉼터'
입력
2022-04-28 20:23
|
수정 2022-04-2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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