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고국에서 박해를 받다가 도망쳐 나온 난민 가족들도 쓸쓸한 어린이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단 난민으로 인정을 받기도 어렵지만,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불합리한 일들을 힘들게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랐지만 제대로 된 국적도 없이 살고 있는 다섯 살 소녀 라일라의 가족을 정상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놀이터를 달리는 5살 소녀 라일라.
"<오늘은 어린이집 안 가겠네?> (끄덕끄덕)"
낯선 취재진에게 좀처럼 말을 하진 않지만, 우리말 질문을 알아듣고 고개짓으로 답합니다.
'함께 놀자'는 취재진에게, 라일라가 제안한 놀이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5년 전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라일라에겐, 국적이 없습니다.
엄마·아빠가 이집트에서 인권 운동을 하다 도망쳐 나온 난민 신분이어서, 이집트대사관에도, 우리 동사무소에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던 겁니다.
[다위시 무삽/라일라 아빠]
"많은 문제가 생길 거예요.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더라도, 그녀는 혼자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하겠죠"
2018년 난민으로 인정받은 라일라 가족.
작년 봄, 1차 체류기간 3년이 다 되어가자,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엄마·아빠는 1년, 라일라는 11달만 체류기간이 연장됐습니다.
올해 봄, 다시 연장을 신청하자, 이번엔 아빠와 라일라는 2년, 엄마는 1년만 체류기간을 연장해 줬습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란 거냐"며 항의하자 그제야 2년으로 기간을 맞춰줬습니다.
[다위시 무삽/라일라 아빠]
"(항의하자) 공무원들끼리 얘기를 하더니, 아내 체류기간 1년을 지우고 2년으로 고쳤습니다."
기간을 정하는 근거가 있을까?
법무부는 그동안 난민지침을 철저히 숨기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3년 넘는 소송 끝에 겨우 공개된 지침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가족의 체류기간은 동일하게 부여한다"고 돼 있었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지침을 어겨가며 난민 가족의 불안감만 키웠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에서도 여성과 난민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엄마와 아빠.
어린이날을 보내며, 라일라가 고향인 한국에서 차별없이 자랄 수 있기를 소원했습니다.
[사라 무삽/라일라 엄마 (다큐멘터리 '소속')]
"라일라는 완전히 한국인이죠. 태어난 한국에 속해 있어요."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취재·편집 : 위동원 / 자료제공 : 난민인권센터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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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상빈
5살 라일라는 무국적자‥라일라 가족의 어린이날
5살 라일라는 무국적자‥라일라 가족의 어린이날
입력
2022-05-05 20:31
|
수정 2022-05-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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