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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베이비박스' 아기 10%만 입양‥"위탁 가정에서라도"

[집중취재M] '베이비박스' 아기 10%만 입양‥"위탁 가정에서라도"
입력 2022-05-11 20:22 | 수정 2022-05-1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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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5월 11일, 오늘은 '입양의 날'입니다.

    낳았지만 키울 수는 없어 좋은 엄마아빠 만나라고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기들은 어디로 갈까요?

    새로운 부모에게 '입양'이 되는 아기는 열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 아이들 상당수가 위탁가정에 맡겨지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고재민 기자가 위탁 부모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엄마/채아]
    (나한테 하나 선물해) "싫어."
    (아우 욕심쟁이 같아) "하하하"

    이제 막 초등학교를 들어간 8살 채아(가명).

    채아의 엄마는 낳아준 엄마도, 입양을 해준 엄마도 아닙니다.

    8년째 채아를 맡아 양육해 온 위탁부모입니다.

    [채아(가명)]
    "어버이날에 주려고, 엄마 아빠 생각하면서 (편지) 썼어요. '고마워'"

    2015년 2월 태어난 채아는 생후 3주차, 경기도 군포의 한 교회 베이비박스에 들어왔습니다.

    낳아준 엄마는 "2~3년 뒤에라도 꼭 아이를 찾고 싶다, 입양되지 않게 해달라"는 편지를 남겼습니다.

    [김은자/새가나안교회 베이비박스 팀장]
    "(채아가)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밤에 잠을 안자고 울어댔어요. 메모가 있는 아이들이 있고 없는 애들도 있는데 (채아) 엄마가 구구절절 꼭 데리러 온다고…"

    이 편지 때문에 입양을 보낼 수 없었던 채아.

    결국 교회에서부터 채아를 임시로 돌봤던 부부가 채아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김모 씨/채아 위탁모]
    "(입양이) 안 된다고 하고 나니까 (아이를) '무조건 이제 찾아와야 된다'. (시설에서) 분유는 먹었을까 기저귀는 갈았을까, 운다고 미움은 안 받을까…"

    입양만 하지 않았지 사실상의 부모인데도, 위탁 부모는 아이의 여권이나 통장 하나 만드는 것부터 쉽지가 않습니다.

    위탁부모의 경우 법적 절차가 까다로운 '후견인'이 되지 않는 한, 법적 대리인이 될 수 없는 '동거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김모 씨/채아 위탁모]
    "여행 계획을 세웠는데 여권을 못 만들어 주겠다는 거예요. 법정 후견인이 없어서 법원 가서 확인 받아 갖고 오라고."

    역시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9살 정민이(가명) 위탁 부모도 염려가 많습니다.

    곧 경제적 은퇴를 앞둔 60대인데, 아이 앞으로 보험을 들어줄 수도 없고 위탁 아동에 대한 정부 지원금도 보육시설의 절반 수준이어서 걱정스럽습니다.

    [장모 씨/정민 위탁부]
    "(지원금이) 50(만 원) 미만은… 학년이 올라가면 학원비도 더 많이 들 것이고, 후원해줄 수 있는 데까지는 최대한 후원해주려고 하죠."

    서울의 경우 2014년부터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이들은 1,354명.

    이 중 입양이 된 건 10%를 겨우 넘고, 나머지는 대체로 보육시설로 향합니다.

    입양이 어렵다면 다른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가정위탁'이 필요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숫자 자체도 적고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자옥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팀장]
    "위탁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가정들이 상당히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위탁가정의 권익 신장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도 "시설 보호는 마지막 수단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가정 보호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 취재: 김신영/영상 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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