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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속으로] '딸이 불효'라더니 '나는 악마'‥판사에게만 반성?

[사건속으로] '딸이 불효'라더니 '나는 악마'‥판사에게만 반성?
입력 2022-05-12 20:37 | 수정 2022-05-1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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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충북 청주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열다섯 살 여중생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기억하시죠.

    가해자는 두 여중생 중 한 명의 의붓아빠였는데요.

    오늘로 정확히 1년이 됐는데, 마침 오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습니다.

    1심에서는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이 의붓아빠가 항소심에서는 태도를 바꿔서 매일같이 판사에게 반성문을 썼다고 하는데요.

    정작 유족들에게는 사과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사건 속으로,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07년생 아름이(가명)가 안치된 경기도 용인의 한 수목장.

    아름이와 함께 숨진 미소(가명)의 엄마 아빠가 1주기를 맞아 찾아왔습니다.

    아름이가 잠든 곳 앞에 생전에 좋아했던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놓은 뒤, 청주에 안치된 미소를 찾아가 오열했습니다.

    [미소(가명) 아빠]
    "진짜 너무 어린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게 죽었다는 생각에‥너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1년 전, 아름이와 미소는 아름이의 의붓아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붓아빠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아름이의 친엄마도 남편을 거들었습니다.

    그동안 의붓아빠와 계속 살아야 했던 아름이, 깊은 충격 속에 전학을 갔던 미소 모두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아름이 친구]
    "(아름이가) 죽기 한두 달 전부터 자해가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지금 아빠가 우리 (친)아빠가 아니라고, 계속 죽고 싶다고 그러고‥"

    미소는 숨지기 2주 전 "가해자가 꿈에 나와서 펑펑 울었다", "감옥에 가봤자 1년 뒤면 나올 것 같다"고 불안해 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뒤에야, 의붓아빠는 구속됐습니다.

    [미소 엄마]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진실을 밝혀 두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의붓아빠는 1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MBC가 입수한 재판기록에 따르면 의붓아빠는 자신이 '발기부전'이라는 등 내내 범행을 부인하다가, 심지어 최후진술에서는 "딸이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고, 영원한 불효를 했다"는 비난까지 퍼부었습니다.

    그러던 의붓아빠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선 태도를 정반대로 바꿨습니다.

    갑자기 혐의를 인정한다면서, 매일같이 판사에게 반성문을 낸 겁니다.

    "제 심장은 검게 타버린 악마의 심장이었다"며 "미소와 아름이는 자신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의붓아빠는 판사에게 제출한 반성문엔 '미소 아버님 잘못했다'고 썼는데, 정작 미소의 유족에게 직접 보낸 소송 답변에선 전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미소 아빠]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안 먹히니까 이제 와서, 저희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고‥"

    친족성폭력 피해자 모임과 여성단체들은 가해자의 감형 전략일 뿐이라며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수백 장 냈습니다.

    오늘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선고는 다음 달 9일 내려집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동세, 강종수
    영상편집 :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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