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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갇힌 백사자‥'햇볕 없는 동물원' 모습은?

지하에 갇힌 백사자‥'햇볕 없는 동물원' 모습은?
입력 2022-05-13 20:16 | 수정 2022-05-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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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병든 낙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 사체를 호랑이에게 먹이로 준 한 동물원의 이야기, 어제 전해드렸습니다.

    이 동물원의 원장이 또 다른 대형 실내 동물원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현장에 가봤더니 햇볕도 들지 않는 지하에서 야생동물들이 갇혀 있었습니다.

    구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대구의 한 축구장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지하로 내려가자 영화관과 오락실, 상점들 사이로 실내 동물원이 보입니다.

    4천3백 제곱미터 규모, 60여 종의 동물들이 전시된 곳입니다.

    작은 동물들이 주로 있을까 싶었는데 들어가 보니 '백사자', 맹수가 보입니다.

    '영남권 최초의 백사자'라고 적힌 유리칸 안에 암수 두 마리가 있습니다.

    음악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서 있는 암사자나 앉아있는 숫사자, 활동이 거의 없습니다.

    오후 4시, 화려한 실내 조명이 비춰지고 있지만 사자가 빛을 피할 만한 곳이 보이지 않고, 야외에 방사할 공간도 따로 없습니다.

    하이에나는 좋아하는 흙 대신 토사물이 묻은 콘크리트 바닥을 비비고 있고, 서벌캣은 우리 안을 연이어 돌고 있습니다.

    음악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거위 우리에선 한 마리가 계속 울어댑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야행성 동물이 낮에도 환한 빛에 노출돼 있고, 음악 이런 소음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앵무새 같이 큰 새들도 좁고 천장이 낮은 전시실 안에서 붙어 있고, 뱀 같은 파충류들 역시 상황이 비슷합니다.

    문 입구 쪽을 계속 긁어대는 동물도 보였습니다.

    [최태규 수의사/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동물들이 자연적으로 해야 하는 혹은 하고 싶은 행동들을 할 수 없게 되죠. 예컨대 날 수 없거나 땅을 팔 수 없거나 달릴 수 없거나‥"

    이 동물원은 지난 2017년 일부 동물을 만져보고 먹이도 줄 수 있는 체험형 실내 동물원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조용한 자연 환경에서 살았던 야생동물들로선 햇볕을 쬘 수도,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도 없습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동물마다 다 적절한 빛을 쪼이면서 그 광합성을 통해서 자기 건강도 유지하고 그러는 건데, 사는 데까지 그냥 사는 이런 상황에 주어진 거라고 봅니다."

    동물원 측은 맹수를 비롯한 동물들을 가끔 야외에 데리고 나간다고 설명했지만 얼마나 자주 나가는지 빈도를 묻자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실내 동물원 운영 자체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물원 관계자]
    "<(동물에게) 스트레스가 되진 않을지‥> 그게 스트레스가 될까요? 동물한테요? 저도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대한민국에 있는 동물들이 다 야생에 가야 되겠네."

    이곳 동물원 운영자는 대구에서 운영한 다른 동물원에서, 동물을 방치하고 학대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특히 병든 낙타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결국 숨지자 사체를 호랑이 등에게 먹이로 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 동물원과 경남 김해의 또 다른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 한재훈 허원철 / 영상편집 :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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