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지금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어, 양극화입니다.
일자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또 있습니다.
어떤 노동자들은 야근에 휴일근무까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반면, 어떤 노동자들은 더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초단시간 노동자.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학교 앞 카페에서 일하는 대학생 문선영 씨.
오후 3시에 일이 끝났지만, 곧바로 또 다른 일을 하러 갑니다.
[문선영 / 전남대학교 4학년]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그 다음 알바가 여기 야구장에 있어서 다음 알바 하러 갑니다."
40분을 걸어 도착한 야구장.
이번에는 편의점 일입니다.
점심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문선영]
"점심 안 먹어요. 왜냐하면 아침 타임에 저 혼자 일하니까 그때 비워버리면 손님을 안 받을 수도 없고…"
학교 앞 카페에서 일주일에 두 번 11시간, 야구장 편의점에서 일주일에 두 번 12시간.
이렇게 일하고 버는 돈은 최저임금으로 한 달에 80만 원 남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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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의정 씨.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5년째 음식점, 박스공장, 피씨방, 여기저기서 일했습니다.
하는 일은 다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주일 근무시간이 15시간을 넘지 않았습니다.
[김의정]
"네, 딱 맞게 했었어요. 15시간. (15시간을 근무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셨어요?) 그런 거 몰랐죠. 저는 그냥 돈이 급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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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씨와 김의정 씨는 둘 다 초단시간 노동자입니다.
한 곳에서 일주일 근무 시간이 15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지만, 일주일에 15시간을 꽉 채워도, 한 달 60시간.
월급은 55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왜 이렇게 일하는 걸까?
원해서 하는 건 아닙니다.
가게 사장들이 이렇게 일을 시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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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주일에 하루 유급휴일을 보장합니다.
하지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예외입니다.
주휴 수당이 없습니다.
연차 휴가도 없습니다.
1년 넘게 일해도 퇴직금도 없습니다.
실업수당도 없습니다.
[김의정 / 초단시간 노동자]
"주휴수당이요? 네, 없었어요. 나머지 분들도 못 받았죠. 그리고 야간 하셨던 분은 야간 수당도 못 받으셔서 사장님이랑 좀 싸우기도 했었고."
[문선영 / 초단시간 노동자]
"거의 근로계약서를 안 썼어요. 사실 흔히 말하는 그 업주들이 말하는 믿음으로 간다."
돈도 돈이지만, 몸도 마음도 지칩니다.
[신정웅 / 알바노조 위원장]
"출근 시간도 두 배가 되는 거고, 귀가 시간도 두 배가 되는 거고,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도 다 두 배가 돼요. 그런데 비용은 한 군데 일하는 것보다 좀 적게 받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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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책임감이 없다, 놀기 위해 돈을 번다.
[편의점 업주]
"일하기 싫다고 도망가요, 일 며칠 하다가. 그냥 알바가 개념이 없어. 돈 떨어지면 또 어디 가서 알바한다고 또 가고."
하지만 이들도 이런 일자리를 원한 건 아닙니다.
[초단시간 노동자]
"우리가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이게 그런 일밖에 없으니까 그런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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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초단시간 노동자는 43만 명이었습니다.
작년에는 150만 명을 넘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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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노동N이슈] 초단시간 노동 150만 명 - "우리가 선택한 건 아니잖아요"
[노동N이슈] 초단시간 노동 150만 명 - "우리가 선택한 건 아니잖아요"
입력
2022-05-15 20:13
|
수정 2022-05-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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