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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광주MBC는 왜 잿더미가 됐나.

80년 5월, 광주MBC는 왜 잿더미가 됐나.
입력 2022-05-20 20:44 | 수정 2022-05-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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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42년 전 오늘, 광주에선 MBC 건물이 불에 탔습니다.

    계엄군의 검열로 방송이 5.18 민주화 운동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자, 화가 난 시민들이 광주 MBC 사옥에 불을 지른 건데요.

    당시 MBC직원들의 이야기를 이다현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1980년 5월 20일 밤 9시 반쯤.

    광주 MBC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볼펜 한 자루, 테이프 한 개 남지 않고 모두 잿더미가 됐습니다.

    [박보융/전 광주 MBC 편성제작 책임자]
    "4층, 5층 옥상 위로까지 쫙 불기둥이 올라가서 그대로 다 전소되는 거예요. 그 현장을 목격한 나는 피눈물 났죠."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언론사에 군인을 배치하고, 기사 한 줄, 단어 하나까지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서공석/전 광주 MBC 보도국 기자]
    "내가 데스크인데 데스크 옆자리에 앉아서 권총 놔두고. 기사를 자기가 고치기까지 했어요. 그 때의 그 심정, 그 괴로움은 정말 말로 표현을 못 해요."

    그러던 중 5월 19일에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광주 MBC가 계엄 당국의 지시에 따라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자막을 내보낸 겁니다.

    사실과 명백히 다른, 허위 보도였습니다.

    [이문석/전 광주 MBC 라디오 PD(당시 일기장 낭독)]
    "'유언비어에 속지 마십시오.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눈앞에 수없이 죽어간 학생, 시민을 목격한 시민들은 방송국에 빗발치는 항의 전화를 걸어오고 분노를 터뜨렸다."

    문제의 자막이 나간 이튿날 사실 보도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1980년 당시 이곳 궁동에 있던 광주 MBC 앞으로 몰려왔습니다.

    급기야 건물 안으로 화염병이 날아들며 불이 났습니다.

    넉 달 뒤 시민 2명이 방화 혐의로 붙잡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정말 불을 지른 사람이 누군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관형/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3과장 (지난 5월 12일)]
    "이 두 사람이 과연 진짜로 MBC 방화를 한 것인지, 공안당국이 조작을 하였는지 여부까지 저희가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불타 버린 광주 MBC 궁동 사옥은 권력의 언론 탄압과 이에 영합한 언론의 왜곡 보도, 그리고 시민의 저항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 됐습니다.

    [서공석/전 광주 MBC 보도국 기자]
    "권력과 싸우지 않고는 안 된다‥ 언론 자유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영상취재 : 김상배(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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