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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14일 야근인데 수당은 없다" - 공짜 노동 부추기는 포괄임금제

"한 달 14일 야근인데 수당은 없다" - 공짜 노동 부추기는 포괄임금제
입력 2022-06-06 20:06 | 수정 2022-06-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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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과로하는 나라입니다.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이어서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긴데요.

    이 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포괄임금제.

    실제로 얼마를 일하든, 미리 정해놓은 수당만 지급하는 제도죠.

    우리나라 대기업 열 곳 중에 여섯 곳이 사무직들에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놔둬도 되는 걸까.

    뉴스데스크는 오늘과 내일,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국내 최대 호텔 예약 플랫폼 야놀자.

    코로나 상황에서도 30%나 성장해, 작년 매출 3천7백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 직원이던 이승희 씨는 수시로 야근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이승희/야놀자 퇴직자]
    "10시, 11시까지 만날 야근하다 보니까 너무너무 힘들어서 한 번 7시인가, 7시 반에 가려고 했더니 상사분이 아직 결산도 안 끝났는데 어딜 가냐고. 야근하라고."

    야놀자는 1천 명이 넘는 전 직원에게 포괄임금제를 적용합니다.

    일주일 40시간의 법정노동시간에 더해, 12시간 연장노동 수당까지, 미리 월급에 포함해서 줍니다.

    합하면 주 52시간, 법적으로 가능한 최장 노동시간입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일해도, 추가 수당은 없습니다.

    이승희 씨가 회사에서 지원받은 택시비 결제 기록입니다.

    새벽 1시46분, 2시26분, 3시2분.

    2019년 7월 한 달 동안 자정을 넘겨 택시를 탄 날이 14일, 절반이 넘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아무 기록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승희/야놀자 퇴직자]
    "지각 체크도 했었어요. 지각 한 사람들 명단도 막 돌린다고 하고. 근데 제가 연장근로 수당을 청구하려고 하니까 '출퇴근 기록이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없다. 없다. 없다."

    야놀자는 "주 40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문화"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라 노동시간은 별도로 기록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포괄임금제는 초과노동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그 수당까지 월급에 포함해 주는 제도입니다.

    원래는 노동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부 직종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대기업들이 일반 사무직들에게까지 그냥 이 제도를 적용합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모든 계열사, LG전자와 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전체 대기업의 58%나 됩니다.

    [LG전자 사무직]
    "많이 일했을 때는 한 달에 거의 280시간, 290시간 이렇게 일했을 때도 있거든요. 법정 근로 시간이 넘어갔어요. 그러면 만날 30분씩 차감 버튼 누르고 있는 거예요. 병원 갔다 왔다. 이런 식으로 해서. (병원 갔다 오셨어요?) 일하고 있었죠."

    심지어 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했을 때, 사무직들을 공장에 투입한 기업도 있습니다.

    [현대제철 사무직]
    "본인 업무 8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고 밥 먹고 7시부터는 현장에 가서 기계를 돌리는 거예요. 그렇게 하더라도 돈을 못 받는 거죠."

    장시간 과로와 공짜 노동을 시키는 수단으로 변질된 포괄임금제.

    하지만 대기업들은 없앨 생각이 없습니다.

    [최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몇십 시간 정도까지는 '그냥 했다 치자'. 마치 그보다 덜 해도 주는 것처럼 보여서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어디까지는 과로를 그냥 했다 치는 시스템이 되는 거고, 초과 노동을 보이지 않게 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포기하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7년 정부는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허원철 / 영상편집: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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