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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속으로] 시신이 남긴 메시지‥"파리 유충은 알고 있다"

[사건속으로] 시신이 남긴 메시지‥"파리 유충은 알고 있다"
입력 2022-06-19 20:17 | 수정 2022-06-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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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파리나 구더기 같은 곤충에서 증거를 찾아 범인을 추적하는 '법 곤충학', 들어보셨나요?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회장의 백골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 진가를 처음 인정받았는데, 최근에도 각종 강력 사건에서 곤충을 활용한 수사기법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건속으로, 조재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충남 아산에 위치한 경찰수사연수원.

    뒷산에서 실험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두 명의 검시관을 따라 산 중턱에 오르자, 1주일 전에 놔둔 실험용 돼지 사체가 보입니다.

    사체 주변에 몰려든 파리와 유충의 상태를 점검하고, 일부 개체는 채집합니다.

    [현철호/전북경찰청 검시관]
    "산란하러 온 파리들은 다 저희가 채집을 했고요. 혹시 번데기가 된 것들이 있는지.."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후에 버려지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곤충이 파리입니다.

    실제로 돼지의 장기를 넣어두고 관찰했더니, 30분 만에 파리가 알을 낳았습니다.

    [강태모/고려대학교 법의학교실 연구원]
    "짧으면 1시간 안에도 파리들이 접근해서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파리가 알을 낳으면 유충 단계를 지나 번데기가 되고 성충에 이르기까지 속도가 일정합니다.

    그래서 시신에서 발견된 개체가 어느 단계인지 알면, 거꾸로 계산해 정확한 사망 시점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보편적인 수사 기법.

    유명 미국드라마 의 주인공도 법곤충학 박사입니다.

    국내에서 법곤충학이 진가를 인정받은 건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6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백골 시신이 발견됐을 때입니다.

    당시 쟁점은 아무리 여름철이어도 시신이 2주 만에 백골화 될 정도로 빨리 부패하냐는 거였는데, 답을 준 겁니다.

    [신상언/고려대학교 법의학교실 외래교수]
    "많이 부패돼서 발견됐기 때문에 사후 경과 시간이라든가 그런 것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현장 갔을 때, 현장에 있었던 그 구더기가.."

    번데기와 유충 수백여 점을 감정한 결과 유병언 회장은 CCTV에 마지막으로 목격된 5월 29일에서 6월 2일 사이에 숨진 것으로 정확히 추정됐습니다.

    또다른 사례는 '오산 백골 암매장 사건'.

    [뉴스데스크 보도 (2019년 8월)]
    "경찰이 삽으로 흙을 퍼내자, 나체 상태의 백골 시신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냅니다."

    수사팀은 2019년 초 암매장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했지만 범인은 커녕 시신의 신원도 밝혀내지 못했는데, 곤충들의 답은 달랐습니다.

    현장에 있던 번데기들을 분석한 결과 세 종류의 파리가 나왔는데, 공통적으로 10월에 활동하는 개체였던 겁니다.

    암매장 시기를 2018년 10월 이전으로 판단해 다시 수사한 결과 시신은 10대 가출 청소년으로 밝혀졌고, 살인 용의자들도 체포됐습니다.

    이런 성과들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경찰청 법곤충감정실도 만들어졌습니다.

    [오대건/경찰청 법곤충감정실 연구사]
    "(한 달만에) 24건이 왔는데 현재 저희가 11건째? 11~12건째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시신에서 발견되면 혐오스럽게만 여겨지던 파리와 유충이 귀한 대접을 받게 된 겁니다.

    [현철호/전북경찰청 검시관]
    "우리 파리도 쉽게 잘 안 잡아요. 돌아다니는 파리들 쉽게 못 죽이겠더라고요."

    단 한 건의 미제사건도 남기지 않겠단 마음에 이들은 변사한 시신과 진실을 연결하는 메신저, 곤충들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편집 :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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