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김정우

[바로간다] '싼 집' 믿고 가면?‥기자가 당한 '부동산 앱 낚시'

[바로간다] '싼 집' 믿고 가면?‥기자가 당한 '부동산 앱 낚시'
입력 2022-06-22 20:23 | 수정 2022-06-22 20:24
재생목록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김정우 기자입니다.

    요즘은 집 구할 때 '발품'보다 '손품'을 판다고 하죠. 부동산 앱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앱에서 마음에 든 집을 발견해도 막상 연락해서 현장에 가보면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허위 매물을 통한 부동산 영업의 실체를 저희 취재팀이 오늘부터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 리포트 ▶

    요즘 집 구할 때 많이 쓴다는 부동산 앱에 들어가 봤습니다.

    "여기는 매물이 250개가 있네요."

    한 부동산이 내놓은, 서울 가산동의 깔끔해보이는 빌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규모는 30㎡, 방 2개인데 가격도 주변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저렴한 2억 원입니다.

    "허위 매물이 절대 없다고 돼 있고요. 33년 전통의 법무팀까지 있다고 하네요. 이 집으로 가보겠습니다."

    약속 당일, 빌라 앞으로 가자 '부동산 컨설턴트'라는 남성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나누자마자 대뜸 '이 집은 대출이 적게 나온다'는 말부터 꺼냅니다.

    [부동산 업자]
    "'준신축'이라서 대출이 많이 안 나와요. 담보대출이 낮게 나오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좀 많이 받으셔야 돼요."

    예상보다 입주가 늦어질 거라고도 말합니다.

    [부동산 업자]
    "아무래도 한 달 안에는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집주인에게) 여쭤봤는데 좀 힘들다고는 말씀을 하시고…"

    집을 팔아야 돈을 벌 텐데 자꾸 단점만 얘기하는 남성, 어딘가 이상해 보였습니다.

    끝까지 집을 보겠다고 버텼습니다.

    그랬더니 집주인 핑계를 댑니다.

    [부동산 업자]
    "집주인께서는 (가격을) 좀 더 높여서 매매를 하신다고 하셔서, 아무래도 오늘 못 보실 것 같아요. <아침까지도 (매물이) 있다고…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일단은 먼저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7백 미터 반경에 다른 매물이 있다며 은근슬쩍 주제를 돌립니다.

    하지만 크기가 맞는 집은 1억 원 이상 비싸고, 가격이 맞는 집은 너무 좁았습니다.

    앱에서 봤던 조건이 아니라고 하자, 남성은 경기도 부천 얘기를 꺼냅니다.

    [부동산 업자]
    "마음에 안 드시면 빠지셔야 돼요, 외곽 쪽으로. 경기도, 딱 그러니까 마지노선 부천으로, 열에 일곱 분들은 다 넘어가세요."

    남성이 모는 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도착한 곳은 부천시 역곡동.

    그런데 너무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합니다.

    역시 생각했던 집이 아니라고 하자 급기야 인천까지 가자고 권합니다.

    [부동산 업자]
    "부천도 오를 만큼 올라서, 그 옆에 (인천) 부평으로 가세요, 부평. 부평에 있을 거 다 있으니까…"

    발품 팔기만 벌써 3시간 째.

    긴장이 풀렸던 걸까, 인천을 향해 차를 몰던 남성이 뜻밖의 고백을 합니다.

    [부동산 업자]
    "진짜 아무 문제 없는 집을 올리면 고객님들이 저희한테 연락 안 하세요. (저도)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편법이죠."

    처음 올린 집이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성 허위 매물임을 시인한 겁니다.

    융자가 있는 집을 싼 매물처럼 올리기도 한다며, 다른 수법까지 알려줍니다.

    [부동산 업자]
    "'융자금 미포함' 이렇게 조그맣게 써놓고, 1억 5천만 원에 집이 올라와 있으면 실질적으로는 3억 원이 될 수도 있는 거고 4억 원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서울 금천구에서 출발한 취재팀은 경기도 부천을 거쳐, 인천 부평까지 20km를 이동해야 했습니다.

    인천에 도착해서야 남성은 태도를 바꿔 온 힘을 다해 집을 홍보합니다.

    [부동산 업자]
    "저희 이사님이랑 건축주 분이랑 친분이 있으신 분이어서, 못해도 한 1천만 원 정도는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여기가 입지가 제일 좋아요. GTX가 지나갑니다. 제일 괜찮아요."

    결국, 인천의 이 집을 팔려고 이렇게 고생시킨 걸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같은 앱에, 같은 부동산이 올린 또다른 매물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휴대전화를 이용해 약속을 잡았습니다."

    서울 북가좌동의 방 4개짜리 빌라.

    역시나 주변 시세보다 2억 원 넘게 싼 3억 2천6백만 원에 올라와 있습니다.

    현장에 나온 여성, 이번에는 집을 보여주는데 문제는 집값이 2배 가까이 높다는 겁니다.

    [부동산 업자]
    "(실제로는) 거의 5억 8백만 원대…"

    왜 집값이 다르냐고 따지자, 분명히 적어놓았다며 되려 큰소리를 칩니다.

    [부동산 업자]
    "<나와있는 건 3억 2천6백인데…> 저희가 거기에 써 놨는데. 미리 설명 못 드린 것도 있고, (고객이) 못 보신 것도 있고…"

    확인해보니 소개글 마지막에 작은 글씨로 '융자금 미포함'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서 슬쩍 다른 매물을 소개하는 여성.

    [부동산 업자]
    "일단 오신 김에 위의 층도 한 번 같이 보고, 보는데 돈 드는 거 아니니까…"

    앞서 만난 업자가 실토했던, 바로 그 수법입니다.

    주로 신혼부부나 청년층인 피해자들은 이런 식으로 가짜 매물에 낚여 시간과 공력을 낭비하기 일쑤입니다.

    [허위매물 피해자]
    "방을 구할 때 물리적인 시간이 들고 제 노력이 들잖아요. 돈이 없기도 하고 그래서 급하게 구한 건데, 서러운 거죠."

    '이 집은 팔려서 없고, 저 집은 주인이 마음을 바꿨고..'

    이런저런 핑계 때문에 발품만 계속 팔았더니 이 업자들의 실체가 뭔지, 목적이 뭔지, 취재팀의 궁금증은 더 커졌습니다.

    내일 계속 추적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바로간다, 김정우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김하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